유학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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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이야기(14) 서울대 수의학과 간 정홍석

작성자
SS Kim
작성일
2017-01-05 09:50
조회
309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할 때 한나프레스가 인터뷰해서 정리한 글입니다(sskim520블로그)

이런 자료가 유학역사가 일천한 말레이시아로 유학오려는 후배학생들에겐 등대와 같은 좌표가 되고 또, 재학생들에겐 힘을 얻는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아이들 인터뷰(14)-정홍석

서울대 수의학과 입학하는 홍석이

아픈 동물들의 울부짖음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워요

초등학교 입학에서 고등학교 졸업까지 말레이시아에서 12년 교육을 받은 한국 아이들, 한국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고 한국에서 장기간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이 아이들의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충돌과 충격을 피하기 위해 해외 대학을 선호하는 아이들과 낯선 모국에서의 교육과 삶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한국 대학을 선택하는 아이들로 말이다. 올해 1년 반에 걸친 A레벨을 마치고 서울대 수의학과 합격 통지를 받은 (정)홍석이는 말레이시아산이다.

​가든국제학교를 졸업한 그는 테일러대학 A레벨에서 Pre-medicine 코스인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을 공부했다. 전형적인 이과 과목을 선택했지만 이미 한국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는 누나와는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의대 쪽은 접어둔 상태였단다. 홍석이가 흔치 않은 수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를 서울대학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일부 발췌해서 알아보자.

​“저는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에서 18년 가까이 살아오며 중국어, 말레이어, 영어와 한국어의 4개 국어를 잘 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가 4개 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을 부러워합니다. 저 역시 4개 국어를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누구의 말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병들어 움직이지 않는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보게 되었습니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았지만 곧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학교로 가게 됐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잽싸게 뛰어갔으나 그 고양이는 눈을 뜬 채 싸늘한 시체가 되어 죽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봤을 때 제 마음은 무척이나 아팠고 슬픔이 차 올랐습니다. 그 눈빛이 마치 저를 원망하듯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무언가가 필요하면 필요하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4개 국어가 아니라 8개 국어를 해도 아픈 동물들의 울부짖음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

부모님이 이곳에 정착하신 후 태어난 홍석 군은 중국어의 중요성을 미리 내다본 아버지의 영향으로 국제학교에 입학한 누나와는 달리 중국계 학교인 관징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중국어라고는 한마디로 못한 상태에서 입학을 했으니 어린 아이의 어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간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중국계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까지 전교에서 한국인이라고는 홍석이 한 명뿐이었다니 말이다. 따로 과외 한 번 안 한 그에게 어려웠던 중국어도 시간이 지나 학교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중국계 학교에서 국제학교로 전학 시킬 계획을 가지고 계셨던 부모님의 의도대로 홍석이는 9학년 때 가든국제학교에 입학했다. 중국어를 매개로 하던 교육에서 언어가 영어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중국계 초등학교 시절, 영어만은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터라 수월하게 국제학교 정규반으로 입학이 허락되었다.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Astro’라고 함께 자리했던 어머니가 대신 대답했다. 말레이시아 위성 채널인 ‘아스트로’를 열심히 본 것이 영어 이해에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는 해석이다. National Geography, History, Animal Planet 등 ‘아스트로’에는 영어로 방영되는 교육적인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방송을 들으면서 영어를 이해하는 실력이 늘었다고 본인도 수긍한다.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가든국제학교에서 홍석이는 많은 친구들도 사귀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특별활동에 참가하며 학창 생활을 즐겼다. 그는 체스부, 축구부, 배드민턴부, 모의 유엔, International Award, 신문부 등 많은 부서에 참여했는데 특히 10학년 때에는 Kuala Lumpur 모의 유엔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했고, 11학년 때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SESAC배드민턴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홍석이의 자기 소개서를 읽으면 이 학생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국어로 교육받은 적이 없는 학생이라고는 생각도 못한다. 남의 도움 전혀 없이 본인이 스스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의 단정하고 또박또박 표현해 내는 한국어 실력 때문이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홍석이가 유치부부터 시작해 고 1까지 총 11년의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를 수료한 몇 안 되는 한국 학생이라는 데 있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고 자신 있게 표현하는 그의 한국어 구사도 모두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 덕분이란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토요일마다 한국인학교에 가는 것을 기다리고 좋아했던 홍석이는 지난 2007년 ‘재미 한국학교협의회’주최로 미국에서 열린 제3회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 동남아시아 대표로 참가하여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18년을 지냈음에도 수월하게 한국 대학 진학을 결정할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도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 때문이었다고 홍석이는 말한다.

A레벨을 공부하다 결정한 전공인 수의학에 대한 그의 꿈은 크다. “저의 꿈은 세계보건기구나 국제수역사무국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수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 특별한 동물들을 다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희귀한 동물의 질병, 새로운 질병의 예방과 치료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저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와 국제 교류 중인 미국의 Cornell University 나 Colorado State University로 수의학을 공부하러 가고 싶습니다. 미국은 동물을 제일 많이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혀 수의학이 발달됐을 뿐만이 아니라 큰 나라이기 때문에 희귀한 애완동물들을 많이 키우고 있어---생략.”

수재들만 모인다는 서울대를 자신은 너무 쉽게 입학하게 된 것 같다는 겸손한 홍석이는 설렘과 기대로 3월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교육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의 꿈 “동물에 의해서 전염이 시작된 SARS, 조류 독감, 돼지 독감 등, 동물의 질병과 면역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여 새로운 질병의 예방과 치료법을 개발해서 동물이나 인간이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는 것”을 이루게 해 줄 초석이 되는 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