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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이야기(32) 초5부터 중국학교다니다가 이화여대로 간 정유선

작성자
SS Kim
작성일
2017-12-01 09:50
조회
345
우리 아이들 인터뷰(32)-정유선

“현지 중국계 초중고등 학교 졸업했어요!”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선이, “변호사가 되려구요!”

어떤 부모를 만나는 지는 아이들에게는 전혀 선택권이 없다. 태어나고 그 부모의 영향아래 성장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인생을 혼자서 걸을 수 있게 성숙할 때 까지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모의 영향은 아이들의 앞날에 결정적이다. 초등학교 5학년, 학교에선 학생회장을 뽑는다고 하고 유선이는 이 자리에 출마(?)하고 싶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아버지의 말레이시아로의 이주 결정. 그녀는 어떤 선택권도 없이 두 명의 동생들과 함께 부모님을 따라 말레이시아에 왔다.

억지로 끌려온 기분이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곳에 와서도 일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선택하는 국제학교가 아닌 중국계 현지 학교에서 공부를 시키겠다고 결심한 아버지는 아이들 셋을 모두 중국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고 당시 이미 5학년이었던 큰딸 유선이는 학업을 못 쫓아가면 자퇴시키겠다는 각서를 쓰고 중국계 초등학교인 Choong Wen에 입학시켰다. 중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때 입학을 해도 이미 늦었다고 입학을 받아주지 않는 중국계 학교들이기 때문이었다. 입학 전 중국어 과외를 받긴 했지만 수업을 이해하긴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유선이가 입학한 초등학교에 한국 학생이라고는 그녀와 동생, 그리고 다른 한국 학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소수였다.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유선이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였다. 도무지 무슨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은 중국어를 힘들어 하는 그녀를 위해 영어를 잘 하는 중국계 친구를 짝꿍으로 앉혀주셨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정규 교과과목으로 배운 짧은 영어 실력으로 짝꿍에게 영어로 내용을 물어보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중국어 보다는 영어가 오히려 먼저 늘기 시작했다. 수개월을 헤매면서 수업을 듣고 나니 조금씩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2년은 새로운 환경에 그것도 중국어라는 새로운 교육언어에 적응해 나가는 괴로웠던 시간들이었다. 다행히 자퇴를 할 정도는 아니게 따라가면서 초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 말레이시아에 오면서 그녀는 토요 한국인 학교를 열심히 다녔다. 대부분의 한국인 학교 아이들은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아이들은 현지 중국계 학교를 다니는 유선이를 별난 아이 취급을 했다. 한국인 학교에서 그녀는 외톨이가 된 느낌이었고 외로웠다. 그렇지만 그때 유선이는 이런 생각을 했단다. ‘국제학교에서 서양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것 처럼, 나는 현지 학교에서 많은 현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현지 친구들은 서양아이들과는 달리 우리와 문화가 비슷해서 더 좋아’라고 말이다. 긍정적인 유선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유일하게 학교에서 한국말을 할 수 있었던 한국인 학교도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토요일도 현지 학교가 수업을 하게 되자 결국 그만 두고 말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계 사립학교인 Kuen Cheng 중학교에 입학했다. 이곳도 한국 학생이 없기는 초등학교와 마찬가지였다. 입학 당시 전교에 한국 학생이 통틀어 유선이를 비롯해 단 3명 뿐이었으니 말이다. 주변에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한국 학생이 귀하다 보니 학교에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로부터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받기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그녀는 한국식으로 공부를 했다. 일단 모르는 것은 무조건 외우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고전 한시를 공부해서 그 의미를 알아내고 감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달달 외우기만 한 것이다. 성적도 괜찮게 나왔고 이것이 실력인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문제가 달랐다. 그저 단순히 외우는 것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 중에서 외부고시를 중시하며 공부하는 친구들과 좋은 우정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생물이나 물리 과목을 함께 공부하며 말레이시아 전국 화교학교 과학 캠프에 참가하고 친구들과 함께 3등 단체상을 타기도 했다. 중국계 학교를 다닌 학생들의 영어 발음이나 실력이 국제학교 학생들 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유선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발음이 얼마나 어눌한지...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그의 영어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단다. 특히 현지 학교에서는 과학과 수학을 영어로 배우고 있어 현지학교에 잘 적응한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란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말레이어가 가능한 유선이에게 모국어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당연히 한국어라고 답한다. 그 다음이 중국어, 그리고 영어가 수월하다는 유선이는 기자와의 질문에 간략하고 정확하게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12월에 졸업을 앞둔 고3 중간에 한국으로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정을 하고 원서를 냈다. 외교관이 꿈이었던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이 되었다. 1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해 3월 대학 생활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와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 아이들은 자신보다 우수할 거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몇 배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입학했다. 그런데 막상 한국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해 보니 자신이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해 왔던 것이 엄청난 특혜로 다가왔다. 객관식이라고는 도무지 없고 항상 논문을 쓰듯 시험에도 주관식 투성이었던 말레이시아에서의 학습방법이, 발표를 두려워하고 주관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국에서 교육받은 아이들과 유선이를 다른 아이로 보이게 했다. 같은 과제로 발제를 하더라고 교수님은 유선이의 생각이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과는 달리 문제 접근 방법이 다르고 개방적이며 진취적이라는 것을 곧 알아채셨다.

대학에 연설을 위해 오시는 강사님마다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를 배워두어야 한다고 하실 때마다 유선이는 어렵게 지냈던 현지학교에서의 학교 생활이 이렇게 득이 된다는 것에 새삼 놀라고 끌려가듯 말레이시아로 가서 울면서 다니던 초등학교 5학년 때 생각이 난다. 방학이면 한국 친구들은 언어를 배우느라 바쁘다. 이미 영어와 중국어가 모국어처럼 익숙한 유선이는 자신이 원하는 다른 활동을 하면서 지낸다.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친구를 사귀기 위해 학교 내 봉사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 이화여대는 원하는 학생들 가운데 선발해서 스크랜튼대학 스크랜튼 학부라는 이름으로 있는 자유전공을 복수전공 할 수 있게 해 준다. 유선이는 사회와 정의 트랙을 선택했다. 한국에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의 로스쿨이 생기면서 예전 법학과와 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곳이다. 법학을 공부하다 보니 자신의 적성이 정치외교보다는 법학에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수강했던 형법은 너무도 재미있었다. ‘재미있어야 잘 한다’는 유선이의 철학을 따라 그녀는 대학을 졸업 하면 로스쿨에 입학해야겠다고 결정을 했다. 3학년이 되고 서서히 준비를 할거다. 졸업 직전에 로스쿨 입학을 위한 시험인 LEET를 볼거다. 그리고 영어점수와 함께 로스쿨에 입학 원서를 낼 생각이다. 법을 공부하면서 또 한번 말레이시아 덕을 보고 있다. 중고등시절 때 중국어로 된 만화를 많이 읽었다. 학교에서는 간자체로 한문을 배우지만 중국 만화들은 모두 해서체인 정자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유선이의 한자 정자 실력이 대단하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법 관련 서적은 정자로 쓰여진 한문투성이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은 제대로 발음 내어 읽기도 어려운데 유선이는 뜻까지 그대로 해독이 되는 것이다. 법이 재미있고 변호사가 되는 것도 신나는 일 일것 같단다.

​부모님의 결정으로 현지 중국계 학교를 다니게 된 것이 결국 유선이의 장래를 모두 결정지은 것이다. 힘들었고 외롭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려웠던 시간들 덕분에 지금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더한단다.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게 된 것, 중국계 학교에 입학시켜 주신 것.... 부모님의 앞을 내다본 지혜로움으로 자식인 그녀가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할 때 한나프레스가 인터뷰해서 정리한 글입니다)(sskim520블로그)

이런 자료가 유학역사가 일천한 말레이시아로 유학오려는 후배학생들에겐 등대와 같은 좌표가 되고 또, 재학생들에겐 힘을 얻는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