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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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핸드폰을 사달라는 아들에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4-29 12:00
조회
469
주) 이 글은 핸드폰을 사 달라고 졸라대는 제 둘째아들 놈에게 보내준 답글을 전재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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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준이에게,
어제 ‘핸드폰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네가 쓴 글 잘 읽었다.
나는 어제 저녁식탁에서 네가 핸드폰을 사달라고 했을 때 그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냥 그러다 말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난삼아 "핸드폰이 갖고 싶으면 핸드폰이 필요한 이유를 글로 써내라"고 했는데 얘기가 끝나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책상에 앉아 뭔가를 쓰느라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고 네가 핸드폰을 얼마나 갖고 싶어 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그리고 네가 준 글을 읽으면서 서툴지만 나름대로 조리있게 표현한 네 글 솜씨에 흐뭇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핸드폰이 필요하다는 너의 주장에 아빠는 동의 할 수 없다.

첫째, 글로벌시대에 중학교 1학년인 너희 반에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 너 말고 1명뿐 이라 사달라고 하는 너의 주장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물론 세상은 너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데 어느 정도 다른 사람들과 수준을 맞춰야 하는 도 인정한다.
그리고 아빠역시 네 나이 때에 다른 아이들보다 유달리 튀어보이거나 반대로 너무 형편없는 옷을 입을 때면 창피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핸드폰은 옷이나 가방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학교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 한 것은 핸드폰을 사든 기타를 배우든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데 그 결정에 주체는 네가 돼야지 다른 사람들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나도 필요하다’는 네 논리는 맞지 않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상황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수없이 마주쳐야 할 텐데 그때마다 남들의 선택에 따라 갈수야 없지 않겠니.
모든 선택의 중심은 너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둘째, 친구와의 약속이나 위급한 일을 대비해서도 필요하다는 네 주장에도 일부분 공감하지만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 낭비라고 생각한다.
실제 얼마 전 엄마와 길이 엇갈렸을 때에도 핸드폰을 사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하는 그 약속을 위하여 매달 30,000원 가량의 핸드폰 비용을 지불한다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빠는 설사 다소 길이 어긋난다고 해도 30,000원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앞으로 약속장소를 정할 때는 막연하게 XX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나자 하지 말고 그 ‘앞’이 길 건너 앞‘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그냥 내리는 곳의 ’앞‘인지 확실하게 하는 습관을 길러라.
또한 네가 말하는 물론 위급한 상황이라고 하는 게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른다는 점도 이해하지만 너는 학원도 안다니는데다 학교도 아파트 옆에 붙어 있어 네가 규칙적인 생활민 한다면 위급한 상황은 미리 예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셋째, 무엇보다 아빠가 너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없는 이유는 핸드폰이라는 편하고 문명의 이기를 네 자제력(너 스스로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는 네가 핸드폰을 사 달라고 하는 이유의 제일 큰 부분이 바로 게임이나 노래를 다운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네 주의의 친구들이 핸드폰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너는 실제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인터넷 게임을 할 때 대부분 약속시간을 초과하여 아빠나 엄마가 TV를 끄라고 호통을 쳐야 멈추지 않았느냐.

물론 TV나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아빠도 인정한다.
특히 너 만한 나이에는 연예인들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이 다 관심의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즐거움은 중독을 유발하고 스스로를 통제 할 수 없는 사람은 인터넷이나 TV의 노예가 되고 마는 법이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로 아빠가 너에게 항상 강조하는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절대적인 관계가 있다.
외국의 예를 든다는 게 미안하지만 너도 경험했듯이 외국의 학교는 대부분 전과니 참고서니 하는 보조교재가 없다. 하지만 한국에는 보조교재가 넘쳐난다.그런데 말이 보조교재이지 사실은 숙제를 대신해주고 너희들은 단지 그 내용을 찾아 옮겨 놓는 것에 불과하지 않더냐.

즉, 네 스스로 해결할 시간과 능력을 참고서가 빼앗아 간다는 얘기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네가 ‘단군신화를 읽어보고 알 수 있는 것을 쓰라’는 숙제를 할 때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지.
그래서 “아빠는 도와줄 수 없으니 직접 읽어보고 네 스스로 느낀 바를 쓰라”고 했는데 결국 너는 인터넷에서 누군가 올려놓은 자료를 그대로 베끼더구나.

바로 그거다.
가뜩이나 TV와 인터넷에 의존성이 높은데 거기에다 핸드폰까지 있으면 이제 걸어다니면서까지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의 모든 소통수단을 문자메시지로 주고받게 될 것이다.
네 나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예의를 배워야 할 때다.
그 어떤 기가 막힌 물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자제력이 없으면 물건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빠는 네 스스로 시간과 유혹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 까지는 핸드폰을 사주지 않겠다. 불편하더라도 친구들과의 약속은 미리미리 정하고 게임이나 음악은컴퓨터를 이용하도록 해라.

추신 : 엄마는 네가 쓴 글을 보고 글씨체가 엉망이라고 뭐라고 했지만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글씨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글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핸드폰이 문제가 아니라 무절제하게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처럼.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