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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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말레이시아를 추억하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9-01 12:00
조회
498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이란 단어는 언제나 조금은 비장한 느낌을 줍니다.
월요일 아침, 가을의 초입을 확인시켜 주듯이 서울의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하고 파랗습니다.

어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알고지내던 친구와 가족이 잠시 귀국하여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에서의 재회였지요.
벌써 10년이 넘도록 해외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는 친구는 한국의 복잡함에 머리를 흔들며 물었습니다.
지난번 올 때는 몰랐는데 교통도 사람도 너무 빠르고 정신이 없어, 여기서 어떻게 살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그 말의 의미를 백번천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한국이 워낙 복잡한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내나라 땅이라도 방문자에게는 불편할 수 밖에 없음을 저도 여러번 절감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말레이시아서 살때 한국에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 마음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내에게 이런 말도 했었습니다.
아프리카든 북극이든 간에 자기 집과 가족이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이라고.

특히 제 집이 아닌 부모나 형제,자매집에 잠시 얹혀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기간이 길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피차간에 불편함이 조금씩 드러나고 거북해지기 십상입니다.
얼마전 미국에서 오셨던 둘째 누나와 매형 역시 뭔가 불편했는지 70이 가까운 나이에도 냉정을 잃고 당분간은 한국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없을것 같다며 비행기에 올랐으니까요.

아무튼 그 친구의 질문에 나는 대답대신 함께 같이 지냈던 이웃들의 안부를 물으며 과거를 추억하고 있는데 아내가 장난삼아 은근히 물었습니다.
우리 다시 들어가 살까
순간 여러가지 추억과 생각이 어지럽게 얽히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예배가 끝나고 이웃들족과함께 쿠알라룸푸르의 교외에서 한가롭게 골프를 치던 기억,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차이나 타운 근처의 허름한 식당에서 맛있게 먹던 해산물 등등.....아련한 추억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들어가면 뭐해 먹고 살지하는 생각에 가슴은 무겁게 내려 앉고 말더군요.
그래서 내가 한 대답은 이랬습니다.

이 사람아,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처음 나갈때보다 더 힘든거야

말을 해놓고 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40초반에 아무 연고도 없는 말레이시아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것은 제가 생각해도 무대뽀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배경에는 한평생 한 나라에서만 살라는 법이 있냐라는 다소 치기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간 나 역시 몇 번 고민을 했지만 다시 한번 그런 상황을 재연하라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지곤 합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나이, 돈, 80대 중반인 노부모,아이들 진로....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말레이시아로 들어간다는 그와 작별을 하고 아내와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자꾸만 밀려오는 쿠알라룸푸르의 기억을 롱펠로우의 말로 애써 밀쳐내며.

"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그리고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이제 8월과의 작별입니다.
오늘 하루, 추억할 만한 과거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