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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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물질의 풍요, 마음의 가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9-24 12:00
조회
491
아침버스 속에서 잠을 자느라 정거장을 지나쳐 버렸습니다.
을지로에서 내려 청계천을 거쳐 걷다보니 여행사 직원들이 나와 작은 팜플렛과 볼펜하나를 끼워주더군요.
여행상품의 가격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쌉니다.

“베이징 4일 : 189,000원”
“동경,후지산 4일 : 449,000원”
“하와이 5일 : 799,000 원”

왕복 비행기 삯도 안될 것 같은데 낚시질이 아니라면 무슨재주로 여행을 시켜주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무실까지 오는 동안 곳곳에서 나워주는 볼펜을 세 자루나 얻었습니다.
그리고 길바닥에는 누가 떨어트렸는지 그들이 나눠준 볼펜 몇 자루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주우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확실히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세상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침신문에서 읽은 이번 개각과 관련한 청문회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위장전입, 이중국적, 부동산 투기’의 단골메뉴는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 이면에 깔린 우리 모두의마음의 가난은 갈수록 혹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인물이 그 정도면 먹고살만한 재력과 명예도 가진 사람들인데 단 한명도 에외가 없더군요.
특히 내심 기대해 마지않던 정운찬 교수의 청문회 내용은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얘기하는 듯 했습니다.
‘형, 아우’ 하는 어느 회장이 궁핍하게 살지 말라고 건넨 1,000만원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는 얘기 말입니다.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인물이 궁핍하게 산다는 얘기가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연봉이 1억을 간신히 넘는다는 기사를 보고는 뭔가 짚히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인물의 연봉이 고작 그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별로 하는 일 없어 보이는 어느 대학 교직원의 연봉이 8,000만원에 가깝고 40을 갓 넘은 공기업 금융기관의 친구동생도 1억에 가깝다는 사실이 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력이나 명성대로 연봉이 결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처에서 수십억, 수백억 하는 마당에 아무리 생각해도 60을 넘기신 석학의 1억 연봉은 초라해 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의 높은 학력과 인격도 이런 상대적 비교를 뛰어넘어 절대적 가치에 이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질주하는 물질적 풍요와 자본주의 속도를 우리 마음으로는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중에는 여전히 절대적인 가치와 행복을 얘기하는 고매한 종교인들과 지식인 그리고 행복 전문가들의 미사여구가 그득합니다.
모두 발아래 흐르는 청계천의 물살처럼 덧없어 보입니다.

가을의 아침바람이 제법 찹니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연휴 뜻 깊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