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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이야기(30) 12년공부하고 연대로 간 허민지

작성자
SS Kim
작성일
2017-12-01 09:50
조회
516
우리아이들 인터뷰(30) 허민지

생후 28개월에 아버지의 사업을 위해 스리랑카로 간 민지에게 스리랑카는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곳에서 중2까지 11년을 살았으니 처음 말을 배우고 공부하며 자라난 삶이 여느 한국 아이들과는 다르다. 스리랑카가 정부군과 반군의 대치로 사회가 불안했던 지난 2007년에 아버지가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스리랑카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던 민지와 그의 남동생이 한국에 들어가 학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결정한 유학지가 바로 말레이시아다. 그때부터 민지네는 기러기가족이 되었다. 아버지는 한국으로 사업처를 옮기셨고 엄마와 민지 그리고 남동생은 말레이시아로 왔다. 민지는 세이폴국제학교 8학년으로 입학했다가 한 텀이 끝나기도 전에 9학년으로 올라갔다. 스리랑카에서도 늘 우등을 놓치지 않았던 민지에게 말레이시아에서의 학교생활은 크게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바로 다민족, 다인종, 다언어 국가로의 말레이시아란다. 중국어도 쉽게 배울 수 있고 국어인 말레이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신기하고 좋았단다. 스리랑카에서 국제학교를 다녔지만 언어는 영어와 학교에서 선택한 제2외국어인 불어만을 배웠는데 이곳에서는 일상의 삶속에서 다른 언어들을 쉽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한국 사람이 많다는 거란다. 지금은 스리랑카에 한인들의 수가 많이 늘었다고 들었지만 민지네 가족이 그곳에서 살 때만 해도 한국인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민지가 다니던 국제학교에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한국 학생들뿐이었단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한국학생들이 많았다. 처음으로 여러 명의 한국 선후배가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사귄 외국친구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한국 친구들과의 사귐으로 이제 제대로 한국인이 된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으로 대학을 가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민지는 항상 대학은 한국으로 가야지 하고 생각했단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이를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갖게 하기 위해 적어도 대학만은 한국에서 다니게 하고 싶은 것이 부모님의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스리랑카에서 한국인학교 교사였던 엄마를 따라 초등학교부터 중3까지 한국인학교를 다닌 것이 민지의 한국어 교육의 전부다. 그러나 평생(?)을 외국에서 자란 아이같지 않게 민지의 한국어 구사력은 뛰어나다. 본인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해 조금 답답하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한국어는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과 전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집에서는 반드시 한국어를 사용해야 했고 어릴 때 한국어 동화책을 많이 읽었다는 민지의 취미는 책읽기다.

​단순히 독서가 취미가 아니라 민지의 책읽기는 책이 닳아서 헤어질 때까지 여러 번 읽는 거다. 헤리포터는 하도 많이 읽어서 낡고 너덜거려서 다시 책을 구입했을 정도란다. 물론 영문 헤리포터다. 책읽는 것 이외에 영어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다는 그녀는 항상 책을 읽고 계셨던 아빠의 영향이 컸다고 말한다. 좋은 책을 사다주시고 아빠와 함께 책 읽는 것이 큰 기쁨이고 자랑이었다는 민지는 말 그대로 책을 거의 먹어버리는 책벌레(book worm)가 맞다. 재미있다 싶으면 열 번을 넘게 읽는다니 말이다. 민지는 지금까지 공부를 하면서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공부 방식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민지가 모든 면에서 스스로 하기를 원했고, 특히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셨기 때문에 부모님과 같이 공부를 할 때에도 어떤 문제의 단순한 답을 찾기보다는 그 답을 찾는 과정을 같이 해왔다고 한다. 과외를 많이 받지 않다 보니, 자신을 위한 시간이 많아서 여러 장르의 책을 읽고 각종 운동도 열심히 해서 학교대표로 나갈 수 있는 실력도 키웠다.

​운동을 하면서 체력과 협동심도 기르고, 팀워크도 배우고 또 한창 한류가 유행인 최근에는 UCSI에서 K-POP 댄스팀을 만들어 댄스경연대회에 친구들과 함께 나가 무대에 서는 경험도 쌓았다. 여러 학교의 초청을 받아 공연도 하면서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도 느꼈다.

한국대학을 가겠다고 생각해서 민지가 준비한 것을 물었다. 특례로 한국 대학을 갈 경우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고 해서 학교 성적을 잘 받으려고 노력했단다. 이곳도 그렇지만 스리랑카에서도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한 일은 없단다. 영어가 거의 모국어인 친구들에 비해 단어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읽은 많은 책에서 저절로 이런 문제들이 해결 되었다. 민지의 영어실력은 스리랑카에서 재학 시 영연방 국가 내 국제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수필쓰기 대회에서 수상한 것으로 인정을 받았다. 입학서류에 이 모든 것을 함께 제출했단다. O레벨에서 8과목 all A를 맞고 세이폴 국제학교를 졸업한 민지는 현재 UCSI에서 Edexel A레벨을 공부하고 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을 선택했으니 전형적인 이과생이다. 약학을 공부하고 싶은 그녀는 연세대학교 생명공학부에서 입학통지를 받았다. 11월에 발표가 있는 서울대에도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화학을 좋아해 혼자 AP 화학을 공부하기도 한 민지는 생명공학과에서 공부하고 추후에 약학을 전공해 에이즈와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도 개발하고 싶단다.

우리아이들 칼럼을 위해 아이들을 인터뷰하면서 기자에게 가장 감동이 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갈 길을 결정하고 그것을 위해 애쓰며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스리랑카에선 문밖에만 나가도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민지네 운전기사와 가정부는 한국에서 취업하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었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라는게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자격 하나만으로도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국민들을 돕고 함께 해줘야 된다는 의무감도 느꼈다는 민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공부할 의약분야를 통해 세계 각국의 힘든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는 민지는 다 큰 아이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아빠와 엄마가 따로 살아야 했다는 것을 고마워할 줄 아는 아이. 자기 삶에 가장 고마웠던 사람을 주저함 없이 부모님으로 대답하는 민지는 이제 한국 대학으로 가서 아빠와 함께 살거다. 동생의 교육 때문에 이곳에 몇 년 더 계셔야 하는 엄마를 떠나 그리웠던 아빠의 딸 노릇을 톡톡히 할 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할 때 한나프레스가 인터뷰해서 정리한 글입니다)(sskim520블로그)

이런 자료가 유학역사가 일천한 말레이시아로 유학오려는 후배학생들에겐 등대와 같은 좌표가 되고 또, 재학생들에겐 힘을 얻는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