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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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듀리안을 이렇게도 먹을 수 있습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7-16 12:00
조회
1199
말레이지아에 처음 와서 있었던 얘기 입니다.

도착해서 일주일쯤 되었는데 현지 직원들이 과일의 왕을 먹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더군요. 노인들은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듀리안을 사줄 정도의 총각한테는 딸도 줄 수 있다는 농담도 해 줬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듀리안을 보실 기회가 적기 때문에 사진을 첨부합니다.
생긴게 고슴도치 같고, 누르스름한데 조그만 수박만한 겁니다.

옛날에는 건설회사 직원들이 달러 벌려고 가족 없이 한집에서 합숙 비슷하게 몰려 살았습니다. 임원은 넓고 목욕탕이 딸린 마스터 베드룸에, 부장급은 적지만 그래도 독방에, 그 밑의 우수마발들은 거실을 합판으로 막아서, 침대 하나 놓고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는 겁니다. 목수들이 있으니 돈들 것도 없고 2-3일 만에 독방들이 엄청 생겼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마스터 베드룸에 기거하시는 높으신 분이 “야, 듀리안이 그렇게 몸에 좋다는 데 한번 먹어보자” 고 권유반 명령반으로 말씀하시고 2층으로 올라가셨습니다.
해서, 홀에 사는 우수마발들 몇 명이 야시장에 갔습니다. 날씨가 더워 밤에 길거리나 공터에 시장이 서곤 합니다.
50링깃을 주고 트렁크를 열었더니 크고 좋게 생긴 것 10개를 실어 주었습니다. 한 개에 5링깃 꼴인데, 그 때 바나나 한 다발이 80쎈트 할 때니까 고가인 셈입니다.

거기 까진 좋았는데 막상 집에 돌아와 부엌으로 듀리안을 옮기려고 하니까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시 때문입니다.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꼭지 들고 다닙니다만, 처음이니까 괜히 신비롭고 무겁고, 손에 피까지 나고 했습니다. 건설회사니까 이럴 때 좋은 게 있습니다. 용접용장갑을 끼고 나와서 10개를 부엌으로 다 옮겼습니다.

이 고슴도치 과일을 베끼기 위해, 처음에는 과도로 시도 했는데 어림없는 일이고, 부엌에 있는 칼이란 칼을 다 동원했는데, 껍질을 베낄 수가 없는 겁니다. 나중에는 뻰찌, 도라이버도 동원했는데 과일 속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럭 저럭 30분이 지나고, 부엌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으니 땀은 비오듯이 하고,.

부엌바닥에 주저 앉아 담배 한대 피는데 찬장 밑에 푸줏간에서 쓰는 작두 같은 칼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방법이다 생각하고, 장작 패듯이 홧김에 휘둘렀는데 이 한수가 딱 결에 맞아 떨어져서 속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양손에 힘을 주고 두툼한 껍질을 벌리는 순간 부엌에 운집해 있던 모든 사람이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리면서 동시에 하는 말씀이

“썩었군,”

해서, 부엌 뒷문을 열고 정원으로 집어 던졌습니다. 10분만에 열 개가 다 정원으로 던져졌습니다.
시간이 늦어져서 다시 사러 갈 수도 없고, 마스터베드룸에 게신 분은
“야 느들만 먹지 말고 조금 올려보내라”고 대단히 섭섭한 말씀을 하고 계시니,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원에 버린 것 중 좀 덜 썩은 것을 골라서라도 상납을 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것을 골라서 껍질을 벗기고 문제의 그 과일을 만져보니 물커덩 거리는 것입니다. 아 이게 썩은 거구나 그러면 썩은 부위를 발라내는 수 밖에 없지.
아 그런데 무슨 과일이 칼을 대니 아이스 크림처럼 쑥 들어가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싱크대에 갖다 놓고 그 부위를 씻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래도 냄새가 나서 퐁퐁인가 하는 세제로 좀 닦았습니다. 그랬더니 우리가 만족할 만한 딱딱한 엷은 고동색 살만 남았습니다.

크기가 조그만 감자만 해서 이정도면 윗 분에게 대접할 만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몇 개를 씻어서 접시에 담아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갔습니다.
“아 이게 몸에 좋다는 듀리안이군, 응..”
한 개를 집어서 이리저리 쳐다보고, 코로 냄새도 맡아 보고
“냄새가 좀 희한하군”
“근데 이 것 어떻게 먹는 거야”

미리 먹어보고 갖다 드렸어야 하는 건데 아차 싶었습니다.
“아 이것 말입니다. 이렇게 이로 깨물어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녜”
하고 덥석 물었던 부장님의 표정이 야릇하기는 했지만, 높으신 분도 따라서 해보고,
“야 뭐 이렇게 딱딱해 그리고 왜 이렇게 쓰냐?”

즉석 기지를 발휘한 부장님 왈
“몸에 좋다는 양약은 원래 쓴 거 아니겠습니까, 녜”

“그래도 그렇지 무슨 과일이 달지는 않아도 쓰지는 말아야지, 너희 들이나 다 먹어라”하시면서 하사품으로 내려 주셨습니다. 뒤통수 긁어 가면서 아래층으로 철수한 우리들은 이상하긴 했습니다. 과일이 쓰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데, 하면서 그날은 많은 의문을 남긴채 넘어 갔습니다. 이미 12시도 다되었고..

아 그런데 그 다음날 현장순찰을 하는데 담장 옆에 어제 밤에 높으신 분에게 진상 했던 문제의 그 과일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미 말라 비틀어 져 있기는 해도 어제 그 것과 같은 것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해서, 그 중에 하나를 주워 다 현지 직원에게
“너희들은 이것을 어떻게 먹느냐”하고 물어보니, 이 직원 왈
“이 것을 왜 먹느냐, 살을 먹어야지 씨를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충격적인 말을 하더군요
그럼 뭐가 살이냐고 물었더니 물커덩거리는 것이 살이라는 겁니다. 먹어야 할 살을 퐁퐁으로 닦아가면서 씻어 버렸다는 것을 차마 현지 직원에게 고백은 못하고,
“ 아, 나도 아는데, 냄새가 좀 심해서 말야” 하고 얼버무린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듀리안이라는 과일을 야시장에서 싣고 온 차는 며~칠 동안 냄새로 시달려야 했습니다. 껍질을 까지도 않은 과일을 트렁크에 싣고 한 10분 달렸는데 이 냄새가 차에 진동해서,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어느 놈이 개똥 밟았는지, 신발 좀 털고 타라.”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호텔이나 비행기에 반입하는 게 허용되지 않습니다.

듀리안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합니다.
태국, 인도네시아등에서도 정글에서 자라고 있는데 말레이지아 것이 가장 강한 냄새가 납니다. 누르스름한 것일수록 맛 있습니다.

듀리안 나무는 키가 20-30m되며, 원래는 정글속에서 야생하던 것을 지금은 농장에서 재배하지만, 아직도 야생 듀리안을 따다 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레이지아 정글은 울창해서 햇빛을 못 받고 자라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듀리안나무는 빽빽히 들어선 나무사이를 뚫고 햇빛을 받을 만큼 성장했을 때 열매를 맺습니다.
별도로 딸 필요 없이 열매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는데, 약1kg의 단단한 각질을 가진 열매가 떨어져서 사람머리에 맞으면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듀리안 농장을 방문할 때는 헬맷을 착용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인지는 모르나,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듀리안에 얽힌 얘기로 이 글을 마칩니다.

태고적에 하느님이 말레이지아에 내려 오셔서 몰래 잡수시고 가실 정도로 무지 맛있는 과일이 듀리안인데,
원숭이들이 따 먹어서 하느님이 드실 게 줄어든 겁니다. 그래서 가시 피복을 입혀놓았다고 합니다. 아 그런데 칼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따서 먹으니, 신이 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인분에서 나는 냄새를 첨가 해놓았습니다. 한동안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밀림의 왕 호랑이가 이 맛을 알아 가지고,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까먹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호랑이를 미워하게 되어 지금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력에 좋고 미용에 좋다고 하여 사람들이 코를 막고 따 먹기 시작했습니다. 냄새는 나지만 일단 입에 들어가면 이것 보다 맛있는 과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듀리안을 훔쳐먹는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었는데, 코 까지 막아가면서 먹어대는 인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신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술을 마시고 듀리안을 먹는 사람은 목숨도 빼앗아 갔는데, 신성한 것을 먹으면서 술 마시고 흥청대는 것이 못마땅 했던 모양입니다.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술 마시고 듀리안을 먹는 것은 금기가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