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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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60엔 어떻게 사나]2부<2>말레이시아

작성자
admin
작성일
2005-10-08 12:00
조회
2542

《“친구들이 ‘늘그막에 후진국에 가서 무슨 고생이냐’고 하기에 ‘야, 이놈들아, 직접 와서 보고 말해라. 한국보다 수준 높고 안락하다’고 나무랐지. 그런데 한번 와 본 친구들은 자기들도 곧 오겠다는 거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접해 있는 셀랑고르 주 암팡 시 원암팡 애비뉴 노스포인트 아파트에 살고 있는 황의준(黃義俊·72) 오희순(吳姬順·71) 씨 부부는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재 이곳에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황 씨는 1999년 66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이들 부부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둘째딸의 부탁 때문이었다. 두 딸을 이곳의 미국계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둘째딸이 손녀들 보호자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한 것.


이들은 2004년 5월 이곳으로 옮겨 와 아파트를 매입했다. 교민 밀집지역에 인접한 고급 아파트 단지의 13층이다. 앞으로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뒤쪽으로는 가까운 곳에 산이 있다.




임차를 고려하기도 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입을 택했다. 앞으로 손녀가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이곳에서 살고 싶기도 했지만 설혹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도시에 집을 하나 보유하면서 겨울철에는 와서 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방 3개(가사도우미용 작은 방을 포함하면 4개)에 화장실 2개, 거실이 있는 이 아파트는 한국 기준으로는 36평형쯤 된다. 구입 당시 가격은 1억1000만 원.


차는 렌터카를 택했다. 월 60만 원(2000링깃·현재 환율은 1링깃이 272.18원이지만 통상 300원으로 계산)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차가 조금만 이상해도 렌터카 회사에 반납하면 되니까 편한 셈이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것은 금방 적응하겠는데 난폭 운전이 심해서 처음에는 겁이 나 운전을 못할 정도였지.” 황 씨는 특히 젊은이들의 운전 매너는 지금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부부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 반 손녀를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인근 다룰엣 산으로 가서 숲길 3.5km를 50분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입구의 카페에 들러 핫케이크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집으로 돌아와 오전에는 한국에서 배달되는 신문을 샅샅이 읽고 오후에는 교회나 모임 등에 나간다. 황 씨는 이곳 생활의 장점으로 공기가 맑고 사철 따뜻해 노인이 살기에 좋다는 점을 들었다. 황 씨 부부는 한국 생활비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교민들은 말레이시아는 생활비가 통상 한국의 70% 정도는 들고, 여기에다 골프와 여가생활을 즐기면 생활비가 한국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여가생활 비용이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삶의 질은 크게 높아진다.


말레이시아 생활의 특징은 한마디로 문명과 자연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며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쿠알라룸푸르의 경우 의료시설이 잘돼 있는 등 서울보다 국제화 수준이 높다는 것이 교민들의 공통된 의견.


이곳 생활에도 단점은 있다. 이슬람권이라 술집 등 유흥가가 거의 없어 심심할 수 있고 교민들도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라 은퇴자들과는 정서와 배경이 달라 어울리기 쉽지 않다.


은퇴 생활자들은 또 “현지인들이 매우 친절하고 한국인 등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외국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소한 접촉 사고가 나더라도 경찰은 자국민 편에서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억울한 경우를 당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노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현지인들과 정서가 맞지 않는 것도 한국인 은퇴자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다. 현지인들이 순박하지만 일처리가 느려 답답할 때가 적지 않다.


언어 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점. 말레이시아는 상용어가 영어지만 중국어나 말레이어를 쓰는 사람도 많다. 간단한 영어로 기본적 의사소통은 가능하다지만 노인 계층인 은퇴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조금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언어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황 씨 부부는 차량 렌트비와 외식비 때문에 비교적 지출이 많은 편이지만 이곳 4인가족 생활비가 월 22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교민들이 많다.


이곳에서 유학컨설팅 회사인 대산유학원을 경영하는 김세수(50) 이진용(50) 씨 부부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집을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곳은 집값이 오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 그는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과 이곳에서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2명 등 모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김 씨는 “말레이시아는 안정성과 편의성 등을 감안할 때 생활비 대비 만족도가 높다”면서 “그러나 최근에 한국 교민이 노상강도를 당한 사건이 일어나 예전에 비해서는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쿠알라룸푸르=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forum@donga.com


▼4500만원 예치해야 장기체류 가능▼





말레이시아에서 은퇴 후 생활 후보지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곳은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와 보르네오 섬 북쪽 해안도시 코타키나발루다. 그리고 랑카위 피낭 믈라카 등 해변도시도 잘 알려져 있는 곳들이다.


교민들이 말하는 쿠알라룸푸르 생활의 장점 중 대표적인 것은 △겨울이 따뜻하고 여름도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아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좋으며(1월 평균 기온이 최저 25도, 최고 27도이며 8월 평균기온은 최저 27도, 최고 29도) △영어사용권으로 언어소통이 비교적 쉽고 △치안이 양호하며 △생활수준과 사회 인프라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점 등이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리며 대한항공이 주 5편, 말레이시아 항공은 매일 운항하고 있다. 현재 1만 명의 교민이 거주한다.


말레이시아 본토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걸리는 코타키나발루도 최근 외국인들의 은퇴 후 생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구 60만 명의 이 도시는 인천공항에서 4시간 반이면 갈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이 주 2편(관광 시즌에는 4편)의 직항편을 띄우고 있다.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휴양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백사장이 5km나 펼쳐진 해변을 끼고 조성돼 있으면서도 자동차로 1∼2시간이면 울창한 밀림과 고산지역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 마이 세컨드홈 프로그램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국의 여유 있는 은퇴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 자격은 신청자의 국적이나 인종 종교에 관계없이 50세 이상일 경우 15만 링깃(약 4500만 원)을 말레이시아은행에 예치하거나 월 1만 링깃(약 300만 원) 이상의 고정 수입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50세 미만의 경우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5년짜리 거주비자가 주어지며 이 비자는 연장이 가능하다.


또 본국에서 타던 차량을 갖고 올 경우 수입관세가 면제되며 가사도우미 1명도 장기체류비자가 주어진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고 관광비자로 입국해 장기체류하는 경우도 있으나 체류기간이 최대 3개월까지다. 기간이 지나면 출국해야 하는데 입출국이 반복되면 추가 체류기간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fo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