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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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닝 프로그램’으로 한국인 유학생 늘어

작성자
admin
작성일
2007-09-22 12:00
조회
14069
햇살 가득한 남국에서 제2의 인생을
가까워지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3천명 교민, 10년 새 2만명으로
말레이시아 정부 이민…정착 지원 · ‘세컨드 홈’ 프로그램 호응 좋아
송의달 특파원(쿠알라룸푸르) edsong@chosun.com
입력 : 2007.08.30 22:37 / 수정 : 2007.08.30 22:38

‘서울정’ ‘비원’ ‘대장금’ ‘스카이’ ‘한우리마트’….

지난 16일 낮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서 승용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암팡(Ampang) 애버뉴 일대에 들어서자, 낯익은 한글로 된 간판들이 즐비했다. 한복판에 있는 암팡 애버뉴 콘도의 경우, 총 1000가구 가운데 절반 정도에 한국 교민들이 산다. 이곳을 정점으로 반경 5㎞ 일대에 전체 한인 교민들의 70% 정도가 밀집한 말레이시아 내 최대 ‘코리아타운’이다. 수퍼마켓과 방앗간, 반찬가게는 물론 노래방·검도 도장·볼링장·중고차 매매 회사와 한의원(4개), 하숙·홈스테이(20개) 등 없는 게 없다. 현지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이영설 한나프레스 사장은 “1998년 당시 말레이시아 전체 교민 숫자가 3500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만명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며 “이 추세라면 내년 말에는 교민 3만명 시대가 열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트위닝 프로그램’으로 한국인 유학생 늘어

한국인들의 말레이시아 열기에 불을 붙인 최대 요인은 양호한 교육 환경. 택시 기사도 자유롭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만큼 영어 구사력이 좋은데다, 치안이 양호하고 이슬람 국가로 생활 여건이 건전하며 물가까지 저렴해 조기 유학 시장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 가령 이곳의 휘발유 가격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싱가포르와 더불어 국제학교가 가장 많고 다양하다.

여기에다 말레이시아 정규 대학에서 1~2년 정도 대학을 다닌 다음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의 4년제 대학으로 옮겨 학력을 100% 인정 받고 졸업장을 받는, 이른바 트위닝(Twinning) 프로그램(말레이시아가 세계에서 유일)이 한국으로 보급되면서 2년 전부터는 대학 유학생들도 늘고 있다. 현지 대산유학원의 김세수 원장은 “현재 말레이시아 내 한국인 초중고 유학생은 4000명, 대학생 유학생은 700명에 이른다”며 “대학생의 경우, 미국·영국 등에 곧장 유학하는 것 보다 경비를 절반 정도 절약하고 사전 적응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요인은 코타키나바루, 랑카위 같은 명소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한다는 점. 1998년 2만7000여 명이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지난해 11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진복 말레이시아 관광청 수석 고문은 “최근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마이 세컨드 홈’이라는 은퇴 이민 정착 프로그램에 호응, 이민을 오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작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150여 명이 말레이시아에 새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들만 말레이시아를 ‘짝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오히려 말레이시아인들의 ‘한국 열기’는 역사가 더 길고 끈질기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붐의 주역은 ‘겨울연가(2002년 방영)’ ‘대장금(2005년 봄)’ 같은 인기 드라마.

이들이 대히트를 치면서 중국계 말레이인들의 한국 방문 붐으로 이어져, 한국을 찾은 말레이시아인들은 1998년 4만2000여 명에서 2005년에 9만6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동방신기’ ‘장나라’ ‘신화’ 같은 한국 가수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현지 팝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올 1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가수 ‘비’의 공연에는 무려 2만여 명이 모였다. 한국관광공사 쿠알라룸푸르지사의 주상용 차장은 “올 2분기(4~6월)에도 ‘천국의 계단’ ‘슬픔이여 안녕’ 같은 드라마 6개와 ‘조폭 마누라 3’ 등 7편의 영화가 TV와 유선방송, 극장 등에 상영될 정도로 한류의 인기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한국어 배우기’ 바람도 불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에 있는 국립 말레이시아대 등 6개 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정규 개설돼 있고 일반 사설 학원에서도 한국어 강좌가 대인기이다. 말레이시아 UKM 대학의 류승완 교수는 “이미 일본어 학원 두 곳이 현지인들의 요청으로 한국어 강좌 코스를 최근 만들었고 중국어 학원들도 한국어 강사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한국 열기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 시절인 1981년부터 전개한 ‘룩 이스트(Look East·한국과 일본의 경제발전 경험과 방식을 배우자는 모토) 정책’과 더불어 세계 2위 고층 건물인 페트로나스 타워(삼성물산 건설부문), 페낭 대교(현대건설) 같은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한국 기업들의 ‘실력’이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는 총리실 직속 공공서비스부에 ‘룩 이스트 정책과(課)’를 아직도 두고 있으며 매년 200명이 넘는 관료들을 한국과 일본에 파견, 현장 연수를 시키고 있다.

말레이시아 총리실 직속 경제기획청(GEP)의 아미누딘 핫심(Hassim) 박사는 “한국은 세계적인 IT강국이자 10대 경제대국으로 양질의 인적 자원이, 말레이시아는 관광·천연자원과 아세안 최고의 인프라와 법치(法治) 등이 장점”이라며 “두 나라가 긴밀한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하면 엄청난 시너지(결합)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