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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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성공, 정보가 아니라 심리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3-05 12:00
조회
382
이주든 유학이든 첫 단추의 중요성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누이 강조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단편적인 정보나 인맥을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사실 한국의 폐쇄적인 교육체계와 대학당국에 길들여진 학부모들이나 타율에 젖은 한국학생들로서는 정보가 많을수록 헷갈리는 게 외국대학의 교육시스템이다.

요컨대 정보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 한 것은 판단력과 자신의 소신이라는 점이다.
실제 수료증,졸업장,파운네이션,Pre-U,디플로마, 전문학사, 학사등에 나라마다 다른 교육시스템과 배경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그러니 오직 귀에 낯익은 명문대만 외치는 게 우리아이들의 현주소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했다고만 알지 실제는 ‘옥시덴탈 칼리지’에서 편입한 사실을 잘 모른다. 아니 칼리지란 말에 괜한 의심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 한 것은 지나치게 자신만을 믿거나 주위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아이들에게는 심리적 충격도 무시 못 할 변수란 점이다.
심지어 말레이시아 도착 하루 만에 보따리를 싸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몇 년 전엔가, 군대까지 다녀온 한 대학생이 영어연수를 위해 들어온 적이 있다.

첫 날, 기숙사에 입소할 때 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하루가 지나자 연락이 왔다.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돌아가야 한다”며 항공예약을 해달라는 거였다.
웬일인가 하여 기숙사에 가보니 미리 짐을 쌓아둔 채 첫 날 밤을 뜬눈으로 지샜는지 얼굴이 초췌했다.
그러나 “집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도 횡설수설 할 뿐 눈길을 피하면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첫 눈에도 "집에 일이 생겼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는 "2-3일만 더 지내보라”고 했지만 그의 감정기복은 갈수록 진폭이 커져갔다.

이는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나 역시 어린나이에 혼자여행을 하면서 종종 겪어보았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순간적인 심리적 패닉(공황) 상태가 틀림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밤새 자신의 결정에 대해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환경에 대해 후회와 원망 그리고 자기 변명과 합리로 밤을 꼬박 새웠던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날씨는 더운거야, 애들도 냄새나고
아니야 그래도 참아야 돼
역시 후진국은 안돼, 미국이나 캐나다로 갈껄 잘 못했구나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는 똑 같은 상황의 한국 학생을 붙여주면 쉽게 해결되지만 그 날이 일요일인데다 어학원 기숙사에는 한국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어떤 설득이나 조언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할수 있는 일이란 서둘러 돌려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확실히 아직도 유학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환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니 어떤 면에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환상과 기대가 학교시설이나 피부색을 기준으로 한 외양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솔직히 말레이시아의 캠퍼스나 기숙사시설은 우리와 비교하면 한참 뒤져있다.
우리는 웬만한 시골 전문대학만 가도 벤치가 있고 작은 연못도 있는 낭만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사립대학의 상당수는 운동장조차 없는 학원식 건물이 많다.
기숙사 역시 군대막사 수준으로 아이들이 그리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자립의지 역시 난제다.
생각해보라.
언제나 무리를 짓고 부모나 집단속에 속해 과보호를 받던 습성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나라에 혼자 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충격이겠는가. 더욱이 말도 안통하고 피부색도 다른 중동, 아프리카 애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단지 각오나 마음자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그래서 외국유학생들 중 기숙사에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부모에게 전화를 하고 룸메이트가 냄새가 난다고 짐을 싸는 학생들 역시 대부분 우리 아이들이다.
반대로 백인이나 영어에 대해 지나치게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역시 우리아이들이다.

물론 이는 아이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학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어떤면에서 아이들보다 더 극단적인 편견과 의존적인 부모도 많다.
그래서 비젼도 주관도 없이 사소한 정보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달콤한 몇 마디에 패착을 두고는 뒤늦게 찾아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거듭 강조하지만 첫 단추가 중요하다.
그래서 성공유학의 첫 걸음은 정보를 찾아 헤매이기 전에 자신을 그리고 내 아이의 심리를 냉정하게 평가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의존적이냐 독립적이냐
낙관론자냐 회의론자냐
타율적이냐 자발적니야

며칠만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을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1초, 1초 헤어나기 힘든 공황상태로 몰아 갈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정보와 현실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가 바로 교육과 성공의 요체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