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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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새벽호수를 바라보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10-12 12:00
조회
515
가을 빛이 완연합니다.
언제 또 이런 하늘을 다시 볼수 있을지 걱정이 들 정도로 연일 투명하고 높고 푸른 날들의 연속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바라다 보이는 신갈 저수지의 수면에도 점점 가을이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집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다보면 2시간에 가까운 거리에 짜증나기 일쑤지만 호수를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는 생각에 별 불만이 없습니다.
호수를 좋아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닙니다.
중1짜리 막내녀석도 틈만나면 발코니에 의자를 갖다 놓고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다 보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아내는 부자지간이 꼭 같구먼이라며 야유인지 칭찬인지 모를 묘한 여운을 남기곤 합니다.

생각해보면 신갈호수와 저는 참 인연이 많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낚시를 다니던 곳이 바로 신갈호수였고, 군대에 입대하여 정보사령부 후반기 교육을 받던 곳도 이 호수근처였고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곳 역시 호수 옆의 연수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에 돌아와 엄청나게 올라버린 집 값에 평생 서울특별시민이 되기는 애저녁에 글러먹었구나 하는 생각에 아내가 외곽을 돌아다니다찾은 집이 바로 지금의 이 아파트입니다.

오늘도 새벽녘에 잠이 깨어 어두운 거실을 혼자 서성거리다 여명의 호수를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고요하다 못해 섬뜩할 정도로 침착해보이는 가을 호수가 소란스웠던 여름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아직 단풍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마당에 여름과 달라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왜 달리보이는 걸까요.

풍경은 꼭 같아도 태양이 기울어진 탓일까
지난 장마에 물이 불었기 때문일까
혹, 호수도 가을을 타는 것은 아닐까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문득 호수가 달리보이는 게 내 눈에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얘기도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릴적 누이가 부르던 노래가 자연스레 입안을 맴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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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湖水)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 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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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아침이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합니다.
이제 슬슬 노를 저어 오늘 하루를 시작해야 겠습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