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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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없다 -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2-07 12:00
조회
496

지난 10월 필리핀을 방문하고 나서 필리핀은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줄곧 마음이 불편했다.
필리핀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살았던 적도 없는 놈이 감히 몇 번의 방문경험을 가지고 한 국가를 재단하는게(그것도 부정적으로) 가당키나 한 일인가 라는 점이다.

또 한편으로는 필리핀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엄청난 숫자의 교민들 입장을 생각하면 필력도 배경도 없는 나로서는 후환이 두려운 점도 은근히 부담이었다.
그래서 지난 칼럼에서 이런 내용은 생략하고 필리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실망으로만 마무리 지었던 것이다.

특히 다른 것은 몰라도 교육목적으로 3만명이나 필리핀을 택한 배경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먼저 한국의 조기유학생이 많이 다니고 있는 필리핀 명문사립이라고 하는 학교들의 학제가 대부분 초중고 10년제로 자칫 대학선택에 큰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필리핀 대학으로 입학한 후 미국 대학의 신입생으로 편입하는 루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의대나 약대등 학문과 국가면허가 동반되는 전문직 과정은 자칫 절름발이 유학으로 귀결되곤 한다.

또 싸고 효과있는 영어연수지로 소문나 단기 어학연수생의 숫자가 2-3만에 이르는 필리핀의 언어적 환경 역시 생각해볼 대목이다.영어발음이 영어실력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필리핀 발음이 그나마 동남아 국가중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는 지독한 사대근성이거나 무지의 소치다.
영어는 이미 미국의 전유물이 아닌 글로벌 랭귀지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번 글을 올렸으니 그만 두기로 하자.

그러나 가난과 열악한 인프라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매춘과 성의 유혹이다.
실제 내가 머물던 마닐라 시내 한복판에서도 초저녁부터 꼭두새벽까지 골목마다 멀쩡하게 생긴 필리피노들이 애,어른 구분없이 마구잡이로 매춘을 구걸하고 있는 현장을 보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영어연수지의 메카로 인기가 많은 휴양지에서도 어린 필리피노들과 호텔을 들락거리는 어린 대학생들을 수시로 마주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관련 업종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절대 다수 교민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차마 글로 옮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광고의 역 패러디를 혼자만 우물거리고 말았다.

"필리핀 아닌데 정말 아닌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 그렇다고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그런데 얼마전 한국 유학생들의 비자문제가 불거지더니 때마침 한 언론의 기자가 쓴 칼럼이 내가 못한 말을 그대로 해준 것 같아 전재해 본다.

출처 : 조선일보 2011.2.07 일자 (특파원 리포트)
제목 : 코피노 양산하는 공범들

작년 5월 필리핀 대통령 선거를 취재할 때 일이다. 수도 마닐라 시내 복판에 있는 마카티 고등학교 투표 현장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짙은 화장에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필리핀 여자 둘이 우리 일행에게 바짝 다가와 저질스러운 한국말을 반복했다.

"빠구X 춘원."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들은 섹스를 의미하는 손짓을 하며 "1000페소(약 2만5300원)"라고 했다. 아마도 누군지 모를 한국인이 필리핀 매춘부들에게 그런 손짓과 함께 한국어 천원을 chunwon이라고 써 줬고 이게 퍼져 춘원이라고 발음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대낮에 마닐라 복판의 고등학교에서 호텔까지 걸어오는 20분가량 그런 매춘부들은 서너 팀이나 나타나 한국말로 치근거렸다. 참담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매춘부들이 흥정을 걸어오는 대로변 양쪽의 번듯한 건물에 한국어로 ○○어학원 XX영어라고 쓴 간판들이 즐비하고, 한국에서 온 무수한 10대와 20대 학생들이 그런 환경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이었다. 한 교민에게 "그런 매춘부들이 즐비한 곳에서 어떻게 학원을 열고 학생들이 다니느냐?"고 묻자 "한국 부모들이 이런 곳에 한 번만 와 보면 당장 자기 아이들을 데려갈 것"이라고 했다.

무책임한 현지 공무원들과 학원 관계자들, 이런 사정을 모르는 한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치한 사이, 영어를 배우러 온 한국 남학생들이 사고를 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코리안과 필리피노를 합성한 코피노(KOPINO)라는 단어가 생겨나 버려진 아이들이란 뜻으로 통용될 정도다. 지난주 한 방송이 보도한 코피노 실태를 보면, 필리핀의 코피노가 7~8년 전 1000명에서 지금은 1만 명을 넘었고, 코피노 아빠는 대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한국 유학생들이라고 한다.

일부 남학생들은 필리핀 여자 친구를 사귀어야 영어가 빨리 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유흥업소 종업원이나 여학생들과 동거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 임신하면 곧바로 줄행랑을 친다. 한 남학생이 여러 필리핀 여성을 임신시킨 경우도 있다. 이런 남학생들에게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코피노와 코피노 엄마들이 급증하면서 필리핀의 반한 감정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코피노 아빠들을 추적해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하면 적당할 것 같지만 2009년 11월 위헌 결정이 나면서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현지 공관과 한인 단체,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나서면 어떨까. 현지에선 피해자들을 만나 코피노 아빠들의 인적 사항과 행적을 최대한 모은다. 이를 넘겨받아 한국에선 도망 온 코피노 아빠들을 찾아내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아내 전달하는 것이다. 코피노 아빠들에게 출입국 제한 등 각종 행정적 불이익도 줘야 한다. 무책임한 코피노 아빠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와 한국 사회의 무관심도 코피노와 그 엄마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공범이란 인식이 절실하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