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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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김정일 동무에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5-29 12:00
조회
354
*개명에 따라 새이름을 썼습니다.


주말부터 이어진 궂은비가 끝나니 그야말로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동요가 절로 나올 듯 눈부신 푸른 하늘입니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 차안으로 아카시아 향기가 밀려들더니 지하 주차장까지 그득합니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길고 혹독해서인지 올해의 아카시아 향은 까마득한 밑바닥 기억까지 끌어올립니다.

중학교때 우리 집 주위에는 유난히 아카시아 나무가 많았습니다.
한겨울 내내 귓볼과 손발의 동상을 끼고 살다 보면 어느새 찔레꽃이 피고 이내 천지사방에 흰 아카시아 꽃이었습니다.
사춘기의 나이에도 저녁을 먹고 마당에 나가보면 숨막힐 듯 한 아카시아 향기에 끓어넘칠 것 같은 혈기로 아득해 지곤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세상은 다시 무겁게 가라앉을 모양입니다.
천안함 침몰원인을 두고 남북간의 관계가 팽팽해지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일본까지 끼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치 구한말의 정세와 너무도 흡사하여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에 맞춰 4일 만에 10%가깝게 상승한 환율과 추락하는 증시 그리고 부동산 가격은 2년 전의 패닉상태에서 가까스로 회복국면에 들어선 우리를 다시한번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TV에는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대통령과 원로들의 얘기가 튀어나오고 북한 TV에서는 또 20년째 보아온 여자아나운서의 소름끼치도록 원색적인 발언이 쏟아져 나옵니다.
옆에 앉아보던 아들 녀석은 겁에 질린 듯 전쟁 나는 거냐며 묻습니다.
아마 아이들로서는 참혹한 영화의 한 장면이 떠 오른 듯합니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나는 게 아니라고 해도 녀석은 몇 차례나 확인을 합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아들놈만한 나이에는 제법 심각하게 전쟁의 공포로 잠을 뒤척인 적이 있습니다.

‘1.21 청와대 습격사건’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8.18 도끼만행 사건’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우리는 공설운동장에 모여 궐기대회를 갖고 시내 행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공포가 하나, 둘 기우로 끝나고 이제 전쟁과 통일은 오직 정치 권력자들과 학자들의 밥벌이 소재로 전락한 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은근슬쩍 조선 500년을 무너트린 좌파의 공짜심리와 우파의 부패심리가 정계,교육계,문화계 등 전방위에 걸쳐 활개치고 있습니다.


TV를 끄고 40년 전 그 봄날처럼 어두워진 봄 길을 걸어 봅니다.
산을 끼고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아카시아는 유난 한 것 같습니다.
문득 전쟁을 하더라도 이 아카시아가 지고 난 후에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욕심을 내자면 월드컵까지는 보고 하자고 북에 제의를 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이 보라우 김정일 동무, 처음으로 본선에 같이 올라갔는데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월드컵은 보고 붙자우"

아, 더도 덜도 말고 그저 오늘 같은 날씨만 1년 365일 이라면 좋겠습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