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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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세계는 지금 교육전쟁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3-29 12:00
조회
891
지난주 말레이시아 테일러 대학(Taylors University College)이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중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이란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탄자니아, 카자흐스탄등 15개국 60여명의 교육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전세계 학생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매년 정례적으로 이어지는 행사다.

나로서는 이미 현지에 거주했던 경험과 수차례의 실무관계로 말레이시아 대학의 숨은 경쟁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특히 금년 행사는 2.2억 달러(약 2,500억원)를 투자한 새 컴퍼스 때문이었는지 새삼 느끼는 바가 있었다.

첫째, 세계 대학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학생유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 80년 대부터 100% 영어수업과 철저한 학사관리로 코넬대학, 런던정경대등 세계 명문대와 학점교류협정을 통하여 매년 수천명의 내외국 학생을 입학 또는 편입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자국학생은 물론 전세계 학생들을 끌어들여 현재 말레이시아내 외국 대학생이 6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 테일러 대학 전체 13,000여명의 학생 중 25%는 60여개국가의 유학생으로 지난해 가장 많이 입학한 외국학생은 13억의 중국이나 12억의 인도 그리고 2억 4천의 이웃 인도네시아도 아닌 바로 먼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였다.

둘째, 모든 학교 운영이 철저히 젊은 세대 중심이라는 점이다.
30대가 주축이 된 마케팅 부서는 물론 학장들의 면면도 대부분 40대로 국적과 성별 구성도 다양했다.
예컨대 공과대학을 맡고 있는 무스타크 탈리브(Mushtak Talib)는 이라크 국적으로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학위과정(American Degree Program) 책임자인 레이니에(Renier)는 네덜란드 국적의 미국박사로 미네소타 주립대와 인도네시아 교수를 거쳤다.
또한 경영학부와 IT학부를 맡고 있는 40대의 두 여성 학장은 각각 인도계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다.
젊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확실히 변화에 민감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셋째로 자유로운 학교운영 분위기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총장이 나타나든가 이사장이 나타나는 경우 순식간에 분위기가 경직되거나 직원들의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뜨여 불편 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부총장이 준비했던 동영상이 작동을 멈추어도 전혀 당황해 하지 않고 시종일관 유머와 여유로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에는 아시아를 넘어선 글로벌 교육기관으로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실용적인 수업내용이다.
국내 대학의 화려한 외관이나 첨단시설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이는 캠퍼스지만 학교내 레스토랑은 모두 조리학부 강사들과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곧 완공될 교내 호텔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호텔경영학부 학생들 스스로 운영하는 등 모든 수업이 철저히 현장중심이었다.
또한 공과대학의 탈리브 학장 역시 자신들의 최대강점을 프로젝트 수업(Project base learning)이라고 하며 그런 점에서 MIT 보다 낫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실질적인 교육을 통하여 테일러 공과대학의 2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세계 100대 대학인 영국 버밍햄 대학(University of Birmingham)3학년으로 편입하고 있다.

3일간의 컨퍼런스가 끝나고 파티가 열렸다.
옆에 앉아있던 내 나이 또래쯤 되 보이는 부총장이 ‘지금 가르치는 지식은 학생들이 졸업할 무렵에는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4-5년 후를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라고 하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기반(International base)으로 기초지식과 대인관계능력(Interpersonal skill)을 최우선시하고 있습니다’며 한국 학생의 유치를 거듭 당부했다.

작은 편입학원 규모로 출발하여 25년 만에 의과대학까지 운영하게 된 말레이시아 한 대학의 파티장이 내게는 총성없는 글로벌 교육전쟁터였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