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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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용화가 필요한 진짜이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2-12 12:00
조회
654
어제 퇴근길 신문에 포스텍의 영어공용화 선언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강의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논문과 시험은 물론 학사행정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니 가히 혁명적인 조치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에 대한 찬반론이 조심스럽게 부상하고 있는 듯하다.
10년전 쯤에도 소설가보다는 시사 및 경제평론가로 더 활약중인 복거일씨도 영어공용화 주장을 펼쳐 한바탕 논쟁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라 희미하지만 나는 그의 얘기에 수긍했고 특히 닫힌 민족주의에서 열린 민족주의로 나가자고 했던 점은 공감했던 특별히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우연치고는 기묘하게 나 역시 바로 엊그제 영어공용화를 화두로 메모를 해 둔게 생각났다.

바로 이틀전 일이다.
김포에서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을 기웃거리다 보니 마땅히 눈에 확 들어오는 간판이 없었다.
때마침 김포 터줏대감들처럼 보이는 촌로 3분이 바지락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다.
제법 넓고 깨끗한 실내에다 무엇보다 조용해서 뒤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5분이 안되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내 앞에 들어온 60전후의 중년과 70후반 정도의 촌로 한분이 식탁위의 서류를 뒤적거리며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자리가 멀어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니 친척간의 복잡한 재산문제 같았다.
그중 가장 나이가 어리게 보이는 조카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70노인이 뭔가 내용을 묻기만 하면 언성이 높아지고 격하게 반응했다.
말과 술수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수법 처럼.

"이모부, 여기 7천만 원을 근저당 했잖아요"
"설명은 무슨, 여기 서류에 다 나와 있잖아"
그러면서 슬슬 욕설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에이 씨X 맘대로 하세요“

덩달아 나까지 긴장감이 고조되며 곧 뭔가 사단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들고 있던 숟가락에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마지노선이 와르르 무너졌다.
장유유서와 동방예의지국의 아성이 무너지는 소리말이다.
독기 오른 조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모부에게 퍼부어댔다.
"이런 씨X 새끼 말귀를 못 알아 쳐먹네, 에이 X 같이....."
순간 식당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 그를 쳐다봤고 노인의 대응은 가여웠다.

"내 나이가 팔십 하나인데 20살이나 어린 네가 이럴 수 있냐"
그러자 조카는 더 길길이 날뛰었다.
"그래 이 개 XX야, 법대로 해봐"
그러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순간 맹렬했던 식욕이 사그라들면서 나 역시 들고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식당을 나와야 했다.
식당 밖에는 다시 80노인과 다른 동반자간의 2라운드 전투가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황당하고 착잡한 심정에 담배한대를 피우고 버스에 올라 잠을 청해 보았지만 방금 전 목격했던 패륜적 언어폭력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물론 이런 일을 목격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니 나 자신부터도 정도는 약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것도 몇 차례다.
또 급격한 산업화와 자본주의로의 속도에 언어가 가장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세계최고의 인터넷 보급망과 속도에 비례하여 백가쟁명식 논쟁과 악의적이고 잔인한 댓글문화는 이미 여러 명을 자살로 내몰지 않았던가.

그리고는 불현듯 이제 영어공용화를 검토해 해볼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공용화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이나 글로벌 경쟁력은 둘째치고라도 바아흐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우리의 존칭어와 유교질서가 오히려 비수가 되어 전통과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있지 않는가.
물론 세종대왕님께는 맞아죽을 일이고 굳이 민족의식을 얘기하면 할 말이 없긴 하겠지만 적어도 욕설만큼은 영어로 쓰자는 얘기다.
예를 들면 오늘같이 나이어린 조카가 80먹은 이모부에게 씨X놈’이라고 하는 대신 이렇게 말이다.
팍큐
또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좋아한다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이란 말도 그냥 SOB라고 하자는 얘기다.
혹 아나 그랬으면 소송까지는 당하지 않았을지.
물론 영어호칭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만의 뉘앙스가 배어지겠지만 지금의 이 폭력적이고 잔인한 언어습관이 순간순간을 분열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어쨌든 햐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오, 마이 갓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