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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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어학연수, 이러면 실패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12-09 12:00
조회
1382
제목이 좀 자극적인데 실은 이 제목은 이 글의 하단에 첨부된 신문기사의 제목을 살짝 바꿔 옮겨 놓은 것이다.

유학이 됐든 연수가 됐든 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한국학생이 없는 곳을 찾는다”는 학생이나 부모를 만나게 된다. 그 대부분의 이유가 한국 애들이 많으면 영어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꼽는다. 물론 맹모삼천이라고 환경의 중요성이야 모르는 바도 아니고 특히 독립의지가 약한 어린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마치 한국애들과 어울리면 모든 것이 잘봇될 것 같다는 생각이나 자기 애만 버릴것 같다는 그 단호함에는 같은 한국인으로 감정이 유쾌할리가 없다. 그리고 어쩌면 지나치게 경직된 어른들의 편견과 장벽이 오히려 아이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든다.

또 영어를 잘 한다는 게 대체 어디까지를 의미하고 그 영어습득의 궁극적 목표와 방법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국내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영어를 완벽하게 한다면 그 사람은 영어로 한 몫 보려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남의 언어를 배우는데 완벽에 이르는 길은 없다.다만 비슷한 길은 있다. 바로 언어자체가 아니라 내가 당당해 지는 것이다. 영어못한다고 기죽지 말고 그렇다고 오버하지도 말고 편견을 버리고 주관을 확실히 세워 영어를 수단으로 만들면 그걸로 족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극구 한국학생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의 기저에는 우리의 수동적 교육방식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에 맞춘 찍기형 객관식 평가방법은 언어습득에 치명적인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고나는 확신한다. 그래서 대부분 질문이 이런 식이 된다.

‘한국애들이 많으면 한국어만 할게 당연하잖아요’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한 흔적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요’
‘동남아식 발음 때문에 불이익은 당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는 단지 영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생전체에 관한 중요한 핵심이다. 식상한 얘기지만 요컨대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이 능동적이고 열린 자세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미 유학을 경험한 학생이나 부모들은 오히려 적당히 한국 애들과 어울려 지내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 쉽게 동의하거나 그런 환경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영어와 환경에 대한 부모의 생각이 아이의 문화적 충격이나 정신적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이나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들에게 한국인이 전혀 없는 낯선 상황이 가져다줄 충격은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어느날 갑자기 진돗개를 데려다 말도 생김새도 다른 셰퍼드 무리에 던져놓으면 그 진돗개의 입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도 성숙한 개가 아니라 강아지들의 입장이라면.

몇 해전 사재 6,000억을 털어 ‘관정장학재단’을 설립한 삼영화학의 이종환회장의 인터뷰에도 이에 대한 경종이 들어있었다. 중학교에 다니던 자신의 아들을 미국에 보냈는데 2년 후에 찾아가 보니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자폐증상을 보이더란 것이었다.
알고 보니 믿고 맡긴 미국의 한인교포가 아이를 한인이 전혀 없는 학교에 보내놓고 자주 찾아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에 이회장은 지금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자신의 아들을 보며 개인이 출연한 금액으로는 국내최대인 장학재단설립을 결심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환경에서도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이다.
식상한 얘기겠지만 영어는 학문의 도구이지 그 자체가 교육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환경의 중요성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낯선 환경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와 자세다.
스펙(Specification)지상주의라고 표현되는 영어 컴플렉스와 찍기형 객관식 평가방법에 의한 수동형 사고, 이 두가지를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요체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영어를 사용하는 아시아 국가로의 유학은 오히려 실속있는 대안이 되리라 믿는다. 마침 얼마 전 신문에 실린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있어 전재하니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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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학연수, 이러면 실패한다
조선일보 : 2009.11.20

서울 4년제 대학 4학년인 박호민(26)씨는 다음 달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박씨는 지난 2006년 한해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았고, 지난해에도 1년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하며 영어를 배웠다. 거의 격년마다 1년 기간의 해외연수를 떠나는 셈이다.

박씨가 어학연수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영어실력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는 목적이 우선이다. 영국연수 시절 그는 6개월간 홈스테이를 하다가 혼자 살기 위해 이사를 했다. 이사 첫날, 그는 짐을 풀고 학원에 가기 위해 길거리에서 영국인에게 길을 물었다. 영국인의 설명은 친절했지만, 1시간 뒤 박씨가 찾아간 곳은 도시 외곽의 한적한 농촌마을이었다. “제 기억엔 분명 도로, 건물 이름을 다 말해주었던거 같아요. 그걸 그 영국인이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거죠.”

한 해 우리나라에서 수만 명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한국인 성인 유학생은 모두 21만6867명(4월 기준, 교육과학기술부)이고, 이 가운데 약 9만 명 정도가 어학연수생이었다. 또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가 지난 9월 직장인 4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약 45.3%가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은 어학연수의 가장 큰 동기. 올해 입사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4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4.2%가 ‘면접 때 영어인터뷰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영어 인터뷰에 가장 큰 도움이 된 학습법으로는 조사대상자 중 가장 많은 31.7%가 ‘해외 어학연수’를 꼽았다.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필요하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학연수를 능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박씨의 생각은 달랐다. 박씨는 지금도 "토익점수는 올랐지만, 영어에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학창 시절 우등생 소리도 들었고, 대학에서 학점도 높은 그였다. "영어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체 진단이다.

실제로 박씨는 어학연수 시절, 고시생 같은 생활을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운동 후, 라디오를 들으며 학원에 갔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는 근처에 있는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그날 배운 내용을 정리했다.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후, 영국 BBC뉴스와 드라마를 보며 듣기공부를 했고, 잠들기 전 직접 만든 단어장을 읽어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수면시간은 하루 5~6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게 제대로 어학을 공부하는 방법일까? 영국 본머스로 어학연수를 다녀 온 후 현재 외국계 홍보회사에 입사한 김경화(26)씨는 "도서관에서 문법책을 펴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동양인 10명 중 8명은 한국학생이었다"며 "그런 방식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외국에서까지 굳이 그렇게 공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도 "한국식 공부방법이 영어학습에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인들이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함께 모이는 것도 어학연수가 실패로 끝나는 대표적인 길이다. 박씨도 처음에 영국에 갔을 때, 한국인들과의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타지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향수병은 애초 결심을 흔들어 놓았다. 매 주말마다 자신의 숙소에서 한국인들만의 파티를 열었고, 각종 술자리와 여행을 따라다니다가 100%를 자랑하던 출석률은 6개월 후 60%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생활이 때로는 조기 귀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학생 이수정(24)씨도 처음 미국 뉴욕에 있는 어학원에 간 첫 날부터 한국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한국사람과 어울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지내자’라는 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늘지 않는 영어로 외국인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고, 멀리했던 한국 사람들이 끼리끼리 노는 모습을 보면서, 급기야 약간의 우울증 증세까지 보인 이씨는 4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돌이켜보면 그렇게 돈을 써가면서 해외에 나갔는데 지금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참 한심해요”라고 말했다. 현재 이씨는 강남의 한 어학원 회화수업을 수강하며,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씨는 또 같은 어학원에 있던 한국인 약 20명 중, 이씨를 포함한 6명이 조기에 귀국하거나 학교에 나가지 않고 여행만 하다가 귀국했다고 전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