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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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지아 정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2-24 12:00
조회
912
한국사람이 말레이지아에 들어와서 첫인상과 1개월, 3개월, 3년뒤의 평이 달라진다.
첫 날은 인천공항과 흡사한 KLIA와 최고층 쌍둥이 건물을 보고 여기가 후진국인말레이지아인가 어리둥절 한다. 1개월 뒤에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뭔지 모르겠다고 갈피를 못 잡는다. 3개월쯤 되면 좋아보이는데 하다가, 3년쯤 되면 눌러 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까 생각한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말레이지아를 옹호한다는 것이다.
사업이 잘 되서도 아닌 것 같고, 골프치고 놀기 좋아서 만도 아니다. 왠지 살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것을 보면 현지인만도 못한 것 같은데도 여기가 좋다는 것이다.
뭐가 편하다는 것인가
우리가 여기 와서 제일 먼저 배우는 영어단어는 reasonable(합리적)이다. 일리가 있어서 편하다는 것인가.

말레이지아에도 무시무시한 법이 있다. 국가보안법(Internal Security Act)인데 정치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법이다.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이 있지만 현행범으로 체포가능한 죄질이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폭력을 가하거나 뭘 집어 던지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체포감이다. 국민의 선량인 국회의원이 폭력을 쓰면, 국민은 뭘 배우겠냐는 차원이다. 또 한가지는 인종분쟁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는 죄질이다.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인 사회에 얼마든지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이용해서 득표에 이용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몇 년 전에 한국 모 신문사 기자가 마하티르 수상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경제얘기 였었는데 갑자기 장관 수명에 대한 질문을 했다. 상공부 장관을 비롯해 대다수의 장관들이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잘하시는 모양이라고 물었다. 이에 마하티르의 답은 “내가 장관을 임명하면 2년은 수습 기간인데, 일단 돈 들여 훈련시켰으면 한 4년은 부려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한국인들은 우수하기 때문에 1년에 한명씩 갈아쳐도 잘하지만 말레이지아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답을 한 적이 있다.

마하티르 수상이 대중연설을 자주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얘기인데, 일년에 반 이상을 자리만 주어지면 아무데서나 연설을 한다. 20년이 넘도록 장기집권을 해서인지 알기 쉽게 얘기한다. 청중에는 박사, 청소부도 같이 듣는데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화술을 구사하고, 또다들 공감하는 것이다.

5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4명의 수상이 있었는데 다들 물려받은 것이다. 1대 수상이 임기 전에 건강을 이유로 부수상에게 넘겨 주었고, 그 부수상이 수상이 되어 몇 번 하다가 임기전에 부수상 즉 후계자에게 물려 주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마하티르도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집에서 손자나 보고 글이나 쓰겠다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하야하겠다는 얘기인데, 재미있는 것은 각계각층에서 물러나지 말라고 진정이 들어가고, 국립대학인 말레이대학생들은 하야반대 데모를 벌였다는 것이다.

언론들이 신랄하지 못하다. 비틀고 꼬집는 기사가 거의 없다. 짜릿한 기사가 없어서 재미가 없다.
몇 년 전에 중앙은행총재가 임기 전에 사임했다. 여기에 부임한지 얼마 안된 한국은행 주재원이 고민이 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본사에 보고를 해야 하겠는데 총재가 짤린 것인지 명예제대한 것인지 신문보도를 보니 갈피를 못 잡겠다는 것이다. 들리는 얘기는 중앙은행이 외환관리를 잘 못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것인데, 신문에는 총재 재임중의 치적이 쭉 실려있으니 당연히 분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치부를 들추어 내고 얼마를 해먹었다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보고해야 하는데 고민일 수 밖에..

뭔가 우리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사회이다. 국민정서가 우리와는 다르다.
이런 정서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을까.
국리민복을 충심으로 생각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인가.
비틀고 꼬집지 않는 언론이 만들어 낸 것인가.
열대지방의 나른한 기후때문인가.
국민들이 무지하고 유순하기만 해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