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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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7월, 한인학교를 안 보내면 그만큼 손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6-28 12:00
조회
400
“영어공부를 위해서 한인학교는 안 보내고 있습니다”
“영어 습득하는 데 방해될 것 같아서..”
“우리 애는 한국말은 잘해요,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되어서”
“우리 애는 외국으로 대학 진학할 거니까”라는 학부모님 말씀을 가끔 듣는다.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교수님은 한국에서 중학교 다니다가 미국 가서 학위도 받고, 강의 하시던 분이라 대단한 교수님을 만난 것이다. 그 시절에는 중학교 때 유학 간다는 게 보통 실력이면 가능했겠는가? 그러나대부분의 동료들이 무척 실망했다. 그 교수님의 대한 평가는 거의 빵점 수준이었다. 버클리 대학에서 강의 하신 분이니, 보통실력은 아닌 것 같은 데, 문제는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표현력으로 학생들의 머리에 쏙쏙 들어오도록 말씀을 해주셔야 하는 데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 라기 보다는 중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한국말로 하니 우습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했다. 그 분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알고 있는 어휘력은 유학 가기 전 중학교 수준이고, 한국말을 너무 오랜만에 사용하니, 어색하고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어도 잘하고 중국어도 잘한다, 즉 한국어는 필수적으로 잘 하면서 다른 언어도 잘할 때그 사람의 진가가 있는 것이다. 말은 자기가 알아듣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남에게 자기의사를 전달하고, 설득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러나 남들이 들을 때 유치하다고 생각할 때는 호소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민3세가 아닌 이상 대체로 한국어를 쓰면서 살아야 한다.
사회에 나가서 한국회사에 취직하던가, 또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영업을 하던가 한다. 외국기업에서 일할 수도 있는데, 다국적 기업에서 한국사람을 뽑는 이유는 대체로 한국인을 상대하라는 뜻이다.

KL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어느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영어가 1년새에 부쩍 늘었다.
그러나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적고, 한국교과과정에 접할 수 없어서, 한국어는 상당히 퇴보 되었다. 3학년 때 한국에서 나왔으면, 그 학생의 한국어 능력은 거기서 정지되기 쉽다.
집에서 쓰는 "밥 먹었냐", "숙제 했냐", "학교는 잘 다니느냐"와 같은 국어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학년과 나이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와 표현력이 달라져야 한다. 한국에서 살지 않고 한국교과과정을 배우지 않으면국어 어휘력이 늘지 않는다. 유학 갈 때의 어휘력이 그대로 있어서, 한국에 돌아와서는 언어가 어눌해지게 된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로 유학 간 학생들이 한국어 교과과정을 접하기 쉽지 않다.유학 갈 때 실력을 그대로만 유지하기도 힘든 편이다.

한인학교를 안 보내면 그만큼 손해다

그래서 한인학교를 보내야 한다.
“1주일에 하루 하는데 뭐 배우는 게 있겠어”
“선생들이 자격증은 다 있는 거야?”하고 무시하지 말고, 학교를 보내는 게 현명하다.
한인학교는 주말 학교이지만 550여명의 학생이 있고, 유치부부터, 고1 과정까지 있다.
국어, 수학, 사회, 문학, 한문, 음악, 체육과목등이 있어서 한국어 향상에는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잘하면 더 좋겠지만, 공부 잘 못해도 좋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만 들어도 되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얘기만 해도 된다. 한인학교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를 갖다가 한국처럼가르치고 있다.시간이 모자라서 전과목을 다 가르치지도 않고, 자세한 내용을 다 가르칠 수도 없다.주마간산 격이지만,중요한 부분은집고 넘어 간다. 한글만 배우는 게 아니라, 말하기 쓰기 듣기, 수학, 사회 심지어 한자도 배울 수 있다. 해외에 나와 있는 학생들이 국어보다 더 어려운 게 한자이다. 국제학교에서 영어만 배웠지 한자를 본적이 있겠는가, 한국으로 대학진학하면 여기 있던 학생들이 가장 애를 먹는것은 한자이다. 대학교과서 여기 저기 한자가 섞여 있어서 그렇다.

한인학교를 꾸준하게 다닌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는 대학 가면 금방 나타난다.
어휘력이 모자라 쉽게 왕따 당하고, 한국에서 공부한 애들과는 멀리하고 외국에서 공부한 학생들과 유유상종이 되는 셈이다.

나중에 가슴을 치고 통탄하지 말고, 꼬박 꼬박 한인학교에 보내야 한다.
학교에 가기 좋아하는 학생이 이세상에 몇 명이 있겠는가, 각종 이유를 대면서 안 가려고 하는 데
부모들이 속지 말고 학교에 밀어넣어야한다

그래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한인학교 다니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영어 중국어는 잘하라고 개인교습까지 시키면서 한국어는 학교에만 의존하면 불충분하다.
부모들이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한국에서 학생들은 매 학년 올라가면서 좀 더 고급스러운 표현, 즉 어휘력을 반복적으로 배우고 있다. 국어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사회과목 용어도 배우고 있다. 라디오 방송은 물론 길거리에서 들리는 말들이 다 한국어이니 자나깨나 저절로 한국어 어휘력이 늘어간다.

TV/비디오에 탐닉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으면 테레비 그만 보라고 노래 불러야 하겠지만,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 애들의 경우와는 다르다. 국어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어린이용 비디오나 현재 한국에서 쓰고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씨트콤같은 프로를 반복해서 보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가족이 같이 보면서, 애들이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 때 그때 짜증내지 말고 풀어서 설명해주는 성실성이 있어야한다
비디오숍에 자주 다닌다고 미안해 할 것 없다. 교육적으로 볼 수 있다.

한인학교 도서관에 약 4,000권의 도서가 있다. 애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글씨도 크고, 만화식으로 내용을 풀어놓은 책도 있다. 이 책들을 빌려보도록 하고 가급적 엄마도 같이 보고 아는 척하는 게 효과적이다.
“북새통”이라는 책방에도 많은 책이 있다.

또한 방학 중에 한국으로 보내서 사촌이나,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고, 동네에 있는 학교에 찾아가서 청강생으로 2주내지 한달 정도 다니게 하면 생각이상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 방학과 한국 방학기간이 다르고, 한국학교에서도 외국 소식을 알려줄 학생이 와 있다는 데 싫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어를 잘하면서 영어가 좀 떨어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영어는 기가 막히게 잘하면서 한국말이 서투른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곱게 보아 주지는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