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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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유학. 이주 그리고 사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9-02 12:00
조회
11285
요즘 한국에서 자녀 교육시키는게 힘든지, 말레이지아로 유학을 오겠다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학환경은 좋은데 기러기 아빠는 되기 싫고, 아주 말레이지아로 이민와서 사업을 해보겠다고 하십니다.
한국의 교육현실은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체벌을 하면 경찰서로 신고를 하지만, 학원교사들이 체벌을 하면 학부모들이 고맙게 생각한다는 군요.
중학생만 해도 한 반에 50%이상이 학원을 다니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밤 10시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교육비는 많이들고, 그렇다고 학생들이 일류대학에 진학한다는 보장은 없고, 일류대학을 나와도 취업에 대한 보장은 없다는 겁니다.

말레이지아에 있는 학부모나 학생들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행복한 셈입니다. 영어, 중국어만큼은 제대로 배워줄 수 있기 때문이죠. 과외를 해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고, 밤10시까지 학교에 잡아 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어느 인종을 만나도 두려움 없이 기죽지 않고 대화 할 수 있는 애들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민은 받아주지 않는 나라입니다만, 근무비자(Work Permit)로 지내는 제는 문제가 없는 나라입니다. 7,8억 들여 이민 가지 못할 바에는 말레이지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먹고 살만한 사업거리가 있느냐입니다.

마침 어느 분이 안경점이 말레이지아에서 가능하느냐고 제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문의를 하셨습니다.
다음은 그분에게 제가 드린 답입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안경점.
이 아이템은 제가 늘 한국사람이 하면 될 텐데 하던 업종입니다.

한국인이 말레이지아에서 하는 사업의 종류가 많아 졌습니다.
전통적으로 하던 무역업, 건설업, 제조업, 여행업, 요식업이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현지인을 상대로 하는 도소매업도 생겼습니다.
그만큼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고 현지화가 되고 있다는 얘기 입니다. 중요한 것은 장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장사가 된다는 얘기는 채산성이 있고, 한국인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현지인을 상대로 장사가 된다는 겁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자리를 못 잡은 이유를 분석해 보면,
첫째, 비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그 동안 하던 아이템이 아닌 전혀 새로운 업종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물 설고 낯 선 외국땅에서 전문분야도 아닌 다른 업종을 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겁니다. 구멍가게라도 다 업종별 요령이 있고, 노우하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업료를 내고 장사하면서 나름대로 노우하우가 쌓이겠지만, 외국에서 수업료는 비싼 겁니다. 안경을 모르는 사람이 남이 하니까 하는 식으로 하면 실패합니다.

둘째, 섣불리 창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창업하기 전에 타당성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사업은 창업하는 것으로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투자금액을 정할 때는 창업비는 물론 충분한 운영자금을 예상해야 하고,
잘은 모르지만 안경점을 해도 구매관리, 인사관리, 자재관리, 재고관리, 고객관리, 자금관리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충분히 검토하고 창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대체로 간과하는 것들은 사람에 대한 특성을 제대로 파악 못하는 경우입니다. 고객이나 직원은 한국인이 아닙니다. 창업하면서 이것 저것 예상치 못한 잡비가 많이 듭니다. 6개월분 정도의 운전자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막상 시작하고 자금에 쪼달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셋째, 한국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지아는 상관행이 한국과는 다릅니다. 업종에 따라 구청이나 시청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문서로 거래를 해야 하고, 종업원 채용도 계약서를 통해서 합니다.

이런 실수를 거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가들과 상의를 하십시오.

제가 안경점이 된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저는 안경을 쓰는 사람입니다. 말레이지아에서 맞춘 안경만도 20개가 넘을 겁니다. 좋은 것으로 바꾸려는 경우도 있었지만, 부러지고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한국산이 좋다고 해서 한국 출장 갔을 때 맞추려고 몇 번 시도하다가 번번히 그만 두었습니다. 이유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오판해서 입니다. 재작년인가 요번에는 꼭 하나 사야겠다고 맘먹고, 3일정도 여유를 갖고 안경점에 들어 갔습니다. 첫날 맞추고 3일째 안경을 찾을 생각을 했습니다.
아 그런데 시력검사포함해서 30분만에 안경을 쓰고 나왔습니다.
말레이지아는 안경 맞추면 3일-7일 뒤에나 안경을 쓸 수 있습니다. 안경테도 다양하지 않습니다. 안경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만약 말레이지아에서 30분만에 안경테 고르고, 시력검사하고, 안경을 들고 나올 수 있다면 그 안경점은 금방 소문 날 겁니다.

2. 현지인들이 안경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동남아에서 말레이지아 만큼 벤스, BMW, VOLVO가 많이 굴러다니는 나라가 없다.
한국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들어 와 있지만 말레이지아 근로자는 거의 없습니다. 저소득층도 있지만, 중산층은 잘 사는 편입니다. 생활필수품(쌀, 생선, 달걀, 닭고기, 전기세, 전화세, 휘발유값, 수도세)의 가격인상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철저하지만, 기호품이나 고가품에 대해서는 자유재량에 맡기고 있습니다. 돈 있는 사람은 알아서 사서 쓰라는 얘기입니다.

3. England Optical이라는 말레이지아 최대 안경체인점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약80개 분점을 두고 있는 회사로서 이름만 England이지 안경은 한국산, 독일산, 프랑스산, 일산제품을 팔고 있고, 영국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 회사 회장을 10여년 전에 알았는데, 제가 안경 맞출 때 가던 안경점입니다. 그때는 점포가 하나 였는데 지금은 80개가 되었습니다. 회장은 지금 말레이지아 소비자산업 총연합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품질과 서비스가 좋으면 될 겁니다.
창업전에 충분한 검토가 절대 필요합니다.

이런 아이템을 하나씩 찾아서 우리 영역을 넓혀 가야, 힘있는 교민사회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