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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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코리안 미션 임파서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2-05 12:00
조회
419
딱히 어느 시점이라고 얘기할 수 는 없지만 언제부터인지 관용도 예의도 실종된 우리사회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나는 지난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참일 때 편의점에 들러 아침 신문을 들고 계산을 치를 때의 알바생인지 주인아들인지 모를 젊은 친구가 쏘아보던 그 눈빛을 잊지 못한다.
바로 그때 내가 들었던 신문은 촛불들이 얘기하던 수구 찌라시 신문이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형님 말씀이다.
대통령 탄핵논란이 한참일 때 마침 한국에 잠시 들렀던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TV로 통해 듣게되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당시 그 발언배경을 몰라 어리둥절 했지만 대통령 경선을 치를 때 장인의 빨갱이 논쟁에 대해 ‘그럼 얼굴도 모르는 장인 때문에 조강지처를 버리란 말입니까’란 한 마디로 승부를 갈랐듯 그의 인간적 면모와 핵심을 꿰뚫는 화법에 대해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다음날 당사자의 자살로 그 발언배경을 찾아보고는 말 속에 감추어진 칼날이 너무 날카롭다고 느끼긴 했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막연하지만 문제의 그 형님이 평범한 경상도 노인이라고 생각했다. 얼굴생김부터 순진하고 그만한 인생역정을 풍기신 분이었으니까.

그러나 유, 무죄를 떠나 이런저런 사정을 종합해보면 그 형님은 내가 생각했던 그 순진함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아니 그의 세무직원 경력과 퇴직경위를 보면 순진한 시골노인이 되기에는 애당초 거리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솔직히 우리주위에 장사하는 사람 사람치고 일선 공무원들에게 봉투든 식사든 한번이라도 머리 조아리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던가.하물며 공무원의 위세가 서슬퍼런 70년대 시골에서.
그러고 보니 거제도 별장이니 해수욕장의 토지거래니 하던 땅도 유산으로 물려받은 게 아니라면 그것 역시 그의 세무서 직원이었던 과거와도 연관이 있을 거란 의심까지 든다.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이 자리에서 전임 대통령을 비아냥 거리자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내게는 그럴 도덕적 양심도 없다. 공무원들 뿐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부패의 사슬과 형님, 동생으로 비유되는 조폭적 집단성에 나라도 발 벗고 유혹에 스스로 빠졌을 것이다.
게다가 모든 것을 수구다 진보다 반노다 친노다 하고 몰아가는 피곤한 논쟁에 더이상 끼어들고 싶은 기력조차 남아 있질 않다.
마치 그 편의점 젊은 친구의 싸늘한 눈빛에 힘없이 자리를 피했듯이 말이다.

단지 내가 태어난 5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못내 서글플 뿐이다.
특히 80년대부터 들어선 다섯 명의 현존하는 전임 대통령 모두 친인척 그것도 제 자식, 동생, 형님들이 스스로 비리의 몸통이 되지 않았는가. 때론 전임 대통령 형님과 아우 간에 재산분쟁까지 해가면서.

정말 우리에게 아름답게 물러나는 대통령을 보기란 ‘미션 임파서블’인가.
탐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은 3편인가 4편으로 끝났다지만 우리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앞으로도 더 몇 편이 더 이어질지 모르겠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