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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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미국명문고 유학생 컴백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1-26 12:00
조회
425
주) 아래는 얼마전 한국 여성잡지에 실린 한 여학생의 미국유학후 한국컴백에 관한 기사이다. 유학 그리고 미국에 관한 환상을 일깨워주는 자료로 이해하기 바란다.


"요즘 너도나도, 공부를 잘해도 못해도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영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미국 학교에만 가면 한국의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육은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만 갖고 가는 애들이 많아 안타까워요.”

남들은 미국 유학을 떠나는데 미국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뉴저지주 프리스턴 고교 우등생에서 거꾸로 입시지옥 한국으로 돌아온 김예현 (대전 둔산여고 3학년)양.
예현양은 지난 2003년 중학교 3학년 2학기가 되던 때 안식년을 맞은 교수 아버지를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생활은 순조로웠고 다행히 잘 적응해서 각 과목마다 올 A를 받고, 활발한 동아리 활동도 했지만 1년 6개월 뒤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선택했다. 예현양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요즘 다들 해외로 못 나가서 안달인데 왜 그 좋은 기회를 뿌리치느냐는 친척들, 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다가 입시 지옥이라는 한국 고등학교에서 견뎌낼 수 있겠느냐는 친구, 그냥 미국에 남아 공부하라는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리고 무더기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한국의 아이들과 정반대로 귀국을 했다. 2년 만기의 미국 집의 계약기간까지 파기하면서 자신의 뜻을 이룬 탓인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한국 땅에 감격의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저라고 왜 걱정이 없었겠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복학생 신세로 전락해 1년 후배들과 한 학년을 더 다녀야 하고, 한국식 교육방법엔 익숙지도 않을뿐더러 유학 전부터 익히 들은 입시지옥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귀국길에 오른 것은 ‘진정한 코즈모폴리탄’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현양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영어권 나라에서 ‘영어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라에서 ‘영어도’ 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악센트 하나만으로 귀신같이 외국인을 구별해내는 미국인들 속에서 유학생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영원한 2등일 수밖에 없고 아무리 그 사회로 편입해 들어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일 뿐이다. 당연히 대학 졸업까지는 문제없이 한다고 해도 취업에서는 벽에 부딪힌다. 힘들게 전문직으로 진출해도 의사든 변호사든 대부분 교민 상대에 머문다고. 게다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고 한국 땅에 있는 가족과의 정도 없어진다.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얻는 게 고작 그 정도라면 조기유학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성공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 땅에서 공부하고 대학을 나온 경우가 많다. 자기 나라에서 당당히 1등이 된 사람이라야, 미국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예현양은 단순히 눈앞의 영어 점수와 진학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2년이 흘렀어요. 2005년 고1 신입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제가 잘 못하는 수학 과외를 받는 것 외에는 사교육도 하지 않고 공부했어요.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학교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예현양은 지금 반에서 1등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에서 오후 11시까지 공부하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고3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친구들이나 학부모들이나 한국에서만 공부하는 데 불안을 느낀다. 또 외국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예현양은 자신의 미국 유학생활을 ‘미 명문고 굿바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라는 책으로 펴냈다. 유학 노이로제에 걸린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나름대로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미국 학교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서 조기유학에 목을 맬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착각하고 있는 미국 유학에 대한 오해

미국이라고 영어가 저절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본토에 가면 영어 하나는 완벽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만 가면 어떻게든 영어가 될 거라는 믿음은 완전한 오해다. 미국에서 오래 공부하거나 오래 살아도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에서 17년을 살고 미국인과 결혼해서 사는 아줌마도 영어가 달려 부부싸움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에 가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미국 학교의 영어 수업은 외국인용(ESL)과 본국인용(English)이 따로 있고, ESL반의 수준은 우리나라 학원보다도 낮은 경우가 있어 계속 ESL반에 머물 경우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ESL반과 정규 영어반의 수준 격차는 더 벌어져 정말 피나는 노력 없이는 정규 영어반으로 못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생활 영어에서야 도움이 되겠지만 진짜 영어 실력이 향상되느냐 아니냐는 순전히 자기 노력에 달려 있다.

“정말 영어 성적 때문이라면 조기유학을 갈 필요가 없어요. 지금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온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영어 시험을 더 못 보는 경우도 흔해요. 국내 학교에서 내신용으로 보는 영어 시험은 문법이나 본문을 살짝 바꿔놓는 식의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유학파들은 그런 문제를 잘 못 풀어요.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언어란 잘 배워 와도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귀국 후에는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기유학을 가더라도 한인들끼리 어울려 다니며 우리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를 잘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학교 절대 자유롭고 여유롭지 않다

사람들이 미국 조기유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교육 여건’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한 불신, 입시지옥인 교육환경에 대한 불만 등이 많은 학생들을 미국으로 가게 만든다. 여기엔 미국 학교는 한국 학교와 달리 입시 위주의 공부가 아닌, 자유롭고 여유로운 가운데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꼭 맞는 말은 아니다. 예현양이 경험한 미국 학교 생활은 물론 자유도 많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무거웠고, 여유 시간이 많지만 학교 숙제며 클럽 활동이며 봉사 활동등 훨씬 할 일이 많았다. 미국 학교는 늦어도 오후 3시가 되면 수업이 끝난다. 오후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꿈만 같은 고교생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 학교의 숙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엄청난 숙제로 밤을 새우는 일도 잦다. 또 각 과목 수업도 정규반과 심화반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더 많은 학습량을 요구한다. 따라서 단순히 미국 학교는 유토피아 같을 거라는 환상으로 조기유학을 선택한다면 수업을 따라가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계속 뒤처져서 낭패를 보기 쉽다.

홀로 떠나는 조기유학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대치동 엄마들’이 있다면 미국에는 ‘사커맘’이 있다. 축구 연습을 하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려고 벤을 끌고 다니며 열성을 부리는 엄마를 말한다. 축구뿐만 아니라 승마, 성악, 무용, 악기 연주, 치어리더링, 수영, 연극, 여행 등 여러 가지 고급 운동에 돈을 투자한다. 미국은 정규 수업 이외에 다양한 활동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 풍토 때문에 이런 일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뒷받침이 필수다. 뒷받침이 좋고, 과외 활동 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가는 데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이런 태도는 인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과외 활동을 하는 경우를 보면 확실히 백인이나 동양계 아이들이 많고,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이들은 적은데, 이것은 부모들이 뒷받침해주는 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엄마들의 극성은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홀로 유학할 경우 가족이 함께 이민 오는 것보다 불리한 점이 많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