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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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말레이시아, 그게 사실입니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1-24 12:00
조회
434
근 한 달간 정신없게 만들었던 국내 최초의 말레이시아 단독 유학, 이주 로드쇼가 끝났다.
성활리에 끝났다라고 얘기하기에는 거리가 말고 국내 최초라는 표현도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이미 6년 전쯤 시도했다가 주저앉은 나로서는 의미가 남달랐다.

사실 그간 말레이시아의 대학들마다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말레이시아 대학들과 유학박람회에 참석해왔지만 번번이 미국, 캐나다, 호주등 선진국 유학업체에 밀려 들러리 신세에 불과했던 게 솔직한 성과다.

아무튼 이번 행사역시 말레이시아에 대한 우리의 오해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물론 이는 말레이시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동남아를 비롯한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모두에 해당되는 잣대라 딱히 ‘왜, 말레이시아만 그러느냐’고 탓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 대한 동영상과 화보를 보여주고 같은 참관자들 중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사람에게 직접 설명을 유도하면 경계심이 한결 누그러지곤 하는데 내가 처음 이주박람회에 초청을 받아 설명하던 2003년에 비해서 ‘말레이시아’에 대한 국가인식은 이제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잡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교육문제 특히 말레이시아 대학교육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편견의 벽이 워낙 높아 도저히 이해시킬 재주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건국이래 변함없이 문을 꽁꽁 닫아둔 채 정부에서 정하는 학생선발기준에 길들여 있는 우리로서는 학교마다 수시로 뽑아대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선진국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다는 말레이시아의 대학프로그램은 마치 사기(詐欺)같은 생각마저 들게 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상담이 시작되면 정작 중요한 전공이나 프로그램은 제쳐두고 십중팔구 진위여부에 대한 논쟁이 되곤 한다.

문 : 말레이시아 대학에서 선진국으로 편입한다는 게 사실입니까 ?
답 : 그럼요. 중국, 동남아, 중동 및 아프리카 학생들까지 4만 명이 들어와 공부하는데 거짓말일 수가 있겠습니까.
문 : 그런 제도가 말레이시아에서 어떻게 가능하지요 ?
답 : 영어권 국가라 모든 수업을 선진국대학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진행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어떻게든 대학에 입학만 하면 공부를 하든 안하든 졸업은 문제없고 한번 전문대생은 영원?전문대생이라는 딱지를 뗄 수 없는 형식과 간판위주의 우리 풍토에 그들의 대학교육을 이해시키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실제 10여 전만해도 국내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거의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문만 열어놓으면 학생들이 미어터지는데 굳이 중간에 편입생을 받아들일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리고 설사 회사에 입사한 후 힘들게 야간대학을 마쳐도 직원신상카드에는 ‘전문대졸 입사’라는 딱지가 끝끝내 따라붙는 게 우리의 조직문화 아니던가.

문 : 그럼 입학만 하면 미국으로 갈수 있다는 말입니까 ?
답 : 무조건 갈수 있는 것은 아니고 편입에 합당한 학점을 받도록 공부를 해야지요.
문 : 만약 학점이 모자라 영국으로 편입이 안 된다면 헛수고가 되는 거 아닙니까 ?
답 : 그러니까 대학에 들어가면 오히려 열심히 해야지요.

이런식으로 지루한 진위공방이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의구심을 풀지 못한 사람들은 조심스레 마지막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렇게 해서 선진국 졸업장을 받으면 불이익은 없나요’
‘혹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한 기록이 남으면 취업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요’

그렇다.
우리로서는 끝내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가 바로 이거였다.
즉, 자율이 아닌 타율, 실리가 아닌 간판, 과정이 아닌 결과 그리고 물질적 가치기준에 익숙해진 풍토에서 스스로 가치를 올리고 상품화시키는 능력은 전혀 배운바도 경험한 바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발한 답변을 생각해보지만 언제나 대답은 비슷하다.

‘방해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점으로 삼아야지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한 사실을 숨기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한 어디에도 발붙일 곳은 없을겁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