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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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인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1-19 12:00
조회
417
제목이 좀 자극적이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처음 해외에 나가 산다고 했을 때 주위사람들의 충고는 대부분 ‘해외교민은 모두 사기꾼이니 조심하라’는 거북스런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실제 나가 살아보니 교민사회 구성원에 국내에서 전력이 있던 사람도 있긴 했지만 대다수는 그저 국내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해외라는 특수한 환경이 문제였지 특별히 교민사회 전체를 사기판이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는 얘기다.

아니 오히려 국내에 복귀하고보니 대한민국 전체가 사기판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보이스 피싱에 공무원들과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피해를 볼 정도이니 일반인들이야 더 말할 여지도 없다. 나 역시 맨 처음 귀국하여 우체국이나 통신사를 사칭하며 걸려오는 전화에 자칫 당할 뻔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수천억대가 넘는 각종 다단계 사기판매와 곗돈 사기사건은 물론 명의를 빌려주면 외제차를 공짜로 준다는 어처구니없는 유혹에도 고위층과 연예인들까지 걸려드는 걸 보면 평생에 한번이라도 사기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직접적인 사기피해 말고 간접적인 사기는 거론하기도 숨가쁘다.
전직 국세청장이니 한국통신사장이니 하는 사람들까지 권력을 미끼로 하청업체의 돈을 해먹고 이름도 모르는 별별 공사직원들은 평일에도 단체로 골프를 치러다니는 게 모두 사기 아닌가. 거기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채 여물지도 않은 신참여직원들을 앞세워 펀드 유치에 열을 올리더니 결국 대다수 국민의 재산을 반 토막 내지 않았는가. 물론 당사자의 책임이 절대적이라 법망은 피하겠지만 상대가 금융조직이라 그렇지 일반인들끼리의 문제였다면 칼부림이 났든 사기로 고발을 하든 난리가 났을것이다.

그나마 돈에 관한 사기는 당장 눈에 보이니 다행이다. 피해를 봐야 당사자들의 문제로 질끈 눈감아 버리면 되니까.
정말 문제는 전방위로 퍼져있는 정책사기와 우리의 사기 불감증이다.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전 정권에서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부동산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정권마다 들먹이는 교육개혁 역시 대부분 사기행위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러다보니 사교육 업체들의 사기행위는 거의 예술에 가깝다. 논술시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초등학생 아이에게도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게 할 정도다. 요즘에는 국제중이 설립되고 그 선발기준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게 있다하니 즉각 이를 가르치는 선수들까지 등장하였다고 하지 않은가. 그래도 누구하나 그걸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노벨상에 사기부분이 신설된다면 단연 한국 사교육업체들과 우리 학부모들 공동의 몫이 될 것이다.

공교육 선수들도 강력한 노벨 사기상 후보다. 아니 공교육이 원인제공자다. OECD 회원국중 최고의 교육예산을 집행하면서 영어교육이 어쩌느니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느니 콩나물 교실을 해소하느니 한 게 언제인데 여전히 문제만 생기면 박봉에 열악한 환경을 운운하니 말이다. 교육부가 사기를 쳤든 교사들이 단체로 사기를 쳤든 둘 중에 하나다.
그리고 자유경쟁 체제하에 살면서 한사코 본인들의 교원평가는 반대하고 제 자식은 어쨌는지 몰라도 평준화니 참교육이니 하고 외치는 자들 역시 넓게보면 대다수가 사기꾼들이다.

대학선수들은 더욱 기막히다.
얼마 전 어떤 학부모가 상담을 왔길래 들어보니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강북의 일반 고등학교에서 1-2등급 중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한명도 없다는 얘기였다. 반면 외국어고등학교나 특목고 출신 학생들은 4-5등급이라도 명문대에 척척 붙더란 것이다.
그래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그럴 만도 했다.

예컨대 수시 입학사정의 90%를 교과영역 그리고 나머지를 비교과영역으로 뽑았다는 이번 고려대의 경우도 그랬다. 이에 반발하는 일부 학생들의 도대체 비 교과영역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의 대표사학이라는 대학의 변명은 치졸했다. 탈락자들의 얘기로는 그 기준이 바로 영어라는 주장이었지만 대학은 학생선발권 운운하며 알려 줄 수 없다는 거였다.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한손에는 대학자율이라는 냉혹한 카드와 다른 한손에는 국민정서니 평등권이니 하는 상반된 카드를 들고 약자인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교묘히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대학권력과 그 내부자들끼리의 감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 해 전에도 의과대학 편입시험에 해당학교 교수들의 자녀를 교묘히 합격시키지 않았는가. 그러니 되풀이되는 예,체능 학교들의 입시사기는 아예 더 이상 이슈도 안 된다.

이제 우리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대한민국은 틀림없이 민주공화국이 맞지만 힘과 조직을 갖춘 사기꾼들이 횡행하는 명목상의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문득 10여 년 전 신촌의 주상복합 분양사기에 말려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있던 할머니의 인터뷰 내용이 다시 뇌리를 때린다.
마이크를 들이대는 방송사 기자에게 할머니는 겁먹은 충청도 사투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사기꾼이 득실거려 못 살 것시유’

다소 격정적인 마음에 독설을 내 뱉고 보니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이럴 때 필요한 멘트를 마지막으로 날려야 겠다.
글쟁이들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으로.

아무리 그래도 세계를 돌아 다녀봐도 우리만큼 살기 좋은 나라는 없습디다
일부의 몰염치한 사기선수들로 성실히 일하는 절대다수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