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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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한강의 기적을 그리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1-21 12:00
조회
341
날이 찹니다.
이런저런 유랑 끝에 한국에 돌아와 실로 오랜만에 가을다운 가을을 맞았노라고 했던 게 엊그젠데 가을이 끝나가도 전에 겨울이 성큼 제대로 본 떼를 보일 모양입니다.
6-7년간 여름나라에 살기는 했어도 날씨의 추위는 옷으로 감쌀 수 있겠지만 도처에서 들리는 서민들의 비명소리와 머리 든 자들의 악다구니는 어떻게 해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란 독설적인 글을 올렸더니 이에 화답하듯 연이어 나랏돈과 회사돈 그리고 친구 돈을 해먹은 사람들의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한때 2차 대전의 잿더미 위에서 산업화를 일구어 낸 독일을 보고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세계가 부러워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세계는 우리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독일은 2번의 세계 대전을 도발했을 만큼 기초과학이나 공업력이 대단했던 나라이니 기적이 아닌 부활이라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야말로 깡통 찬 거지신세에서 자가용에 고기를 뜯고 살게 되었으니 기적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것이 없습니다.

특히 해외에 나가보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얘기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태국, 필리핀, 라오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넓은 국토, 풍부한 자원, 더욱이 분단상황도 아닌 그들의 현주소를 들여다 보면 아무리 냉소적인 시각을 가져도 세계 최빈국에서 40년 만에 세계경제에 주역으로 등장한 우리자신을 마냥 부정 할수 만은없을 겁니다.

그런데 귀국해보니 진짜 숨은 기적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6.25 전쟁후의 비참한 환경에서 일구어 냈다는 것도 분명 기적이지만 일만 벌어지면 갈가리 찢기고 물고 뜯는 풍토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사실이 진짜 기적이었습니다.

거짓과 위선,
독설과 비아냥,
탐욕과 분노,

아니, 기적이 아닌 불가사의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하다못해 어린 탤런트의 기부금을 두고도 편을 갈라 치고받습니다. 공격하는 자나 방어하는 자나 모두 자비도 인내심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 진짜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세대, 지역, 빈부, 종교로 갈라진 틈새를 메우고 농경사회에서 산업정보사회로 한달음에 내달리느라 미처 생각지 못한 문화와 정신의 기적 말입니다. 백범선생이 60년전 혼자 이렇게 독백하셨던 것처럼.

「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적의 출발은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로 시작해야겠습니다.
공자님도 그랬다지요.
己所不欲이면 勿施於人이라
즉,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내가 하기 싫고 듣기 싫다면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글과 말로 밥 먹고 사는 자들은 더욱 그래야 할 것입니다.

날이 찹니다.
이번 겨울은 여러모로 혹독한 겨울이 될 듯 합니다.
우리모두 참 자신을 돌아보는 일로 저무는 한해를 마무리 했으면 합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