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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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교육으로 흥한나라 교육으로 망할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1-15 12:00
조회
418
얼마 전 인터넷으로 신문을 검색하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인터뷰 기사제목이 들어왔다.

‘사교육 해결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더욱이 인터뷰대상자는 한국인도 아닌 ‘모모세 타다시’라는 일본인이라는 점이 의외였다. 이름이 익숙하다 싶어 알아보니 오래전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는 18가지 이유’라는 상당히 싸가지 없는 제목의 책을 써서 유명해진 사람이었다.

내용은 기억에 없지만 제목만 싸가지가 없었지 내용은 공감하는 바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가식이 아닌 듯 했다. 실제 그는 포항제철 건설당시부터 거의 40년을 한국에 거주하면서 직,간접적로 한일간의 경제교류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라고 했다.

아무튼 그의 이번 인터뷰 요지는 ‘한국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14조에 이르는 사교육’이라는 것으로 나아가 ‘대통령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사교육 해결에 맞춰야 한다’면서 ‘사교육 전면폐지라고 하는 혁명적인 방법까지 써야 할 것’이란 충고도 덧붙였다.
마치 5공화국시절 ‘과외는 망국병’이라 하여 전면금지했던 시절을 상기시키는 대목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교육의 비정상적인 팽창은 누구나 다 공감하는 얘기라 그의 지적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얼마 전에도 OECD 국가 평균대비 사교육비가 4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지 않은가. 그리고 영어몰입교육이다 국제중학교다 하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전국이 들끓는 것도 불신을 넘어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공교육으로 사교육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기막힌 현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한 일본인의 인터뷰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이유는 그의 지적이 바로 내 생각과 너무나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마치 내 지적 재산권을 도용당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 역시 그간 사교육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누이 얘기해 왔지 않았는가. 얼마 전에도 ‘구성의 오류(The Fallacy of Composition)’라는 경제용어까지 써가며 잘난 척 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한국에 돌아와 최근에 다시 시작한 내 사회강의에서도 ‘우리를 못살게 구는 3가지 원흉’이라는 화두를 꺼내어 그 첫 번째로 ‘사교육비 문제’를 반드시 거론하고 있다.

식상한 얘기가 되겠지만 사실 우리의 사교육 문제는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다. 이는 단지 경제적 손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8학군에서 시작하여 부동산폭등을 부르고 강남과 비강남, 가진자 못가진자로 사회전체를 불신과 경쟁으로 확대시킨 시발점이 바로 그놈의 내 새끼 교육때문이 아닌가.

여기에다 미래를 생각하면 더 암담해 진다.
얼마 전에도 지방도로변에서 허름한 식당을 한다는 부부가 수입의 절반을 외아들 특목고 학원에 갖다 바치는 TV 방송을 보면서 이제 사교육이 우리의 노후생활에까지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미 우리 눈앞에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최근의 경제불황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과 유통시장의 글로벌화와 첨단금융기법이라는 이름아래 행해졌던 카지노 자본주의에 전 세계가 겪어야 하는 유행병이다.
다만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사교육비라는 밑도 끝도 없이 먹어치우는 괴물을 키우고 있는 점이 특별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노후를 대비할 30대 후반부터 무차별적으로 자녀교육에 꼴아 박느라 대책 없이 맞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노령화 시대는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사교육 문제.
이제 한 일본인의 지적처럼 혁명이라도 해야 할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한 가정의 미래는 물론 나라의 운명까지 말아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이 참의미를 상실하면 내 새끼 그리고 나만을 보호하기 위한 날카로운 흉기가 된다. 그래서 마치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라는 속담처럼 교육으로 흥한나라 교육으로 망하는 역사상 초유의 국가가 될 수 도 있을것이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