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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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학교선택과 경제원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11-12 12:00
조회
427
고등학교 경제학 강의 첫 번째 시간에 누구나 들었을 경제원리의 핵심.
‘경제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는 행위’이다.
내가 느닷없이 경제원리를 들먹인 것은 교육이란 것도 의미는 거창하지만 경제행위에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어렵사리 유학을 결정한 학부모에게 학교선택은 가장 고민스런 부분이 된다.
괜 찮다 싶은 국제학교는 학비가 년간 1,000만 원에 가깝고 그렇다고 200만 원대 학교를 보내려고 둘러보면 도무지 성에 차질 않는다.
게다가 인터넷에 널려있는 정보마다 견해차이가 엇 갈리다보니 알면 알수록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사실 좋은 학교를 고르는 기준은 어디나 비슷하고 지극히 상식적이다.

1. 학교의 커리큘럼과 교사의 수준(교사들의 학위, 경력등)
2. 학교의 전통과 규모
3. 학생과 교사의 비율
4. 졸업생들의 대학진학 내용
5. 수업외 과외활동의 내용과 진학관리
6. 학교의 시설(음악, 체육, 실험실, 도서관)

그러나 국제학교란 곳이 50여 개국 이상의 학생들이 모여 들었다가 느닷없이 사라지는 일종의 정거장 같은 곳이라 졸업생의 진로나 교사들의 수준을 비교할 객관적 데이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다 앞서 언급한대로 5-6배에 이르는 학비와 그에 따른 환경의 차이 앞에서는 난감하지 않을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학부모들로서는 앞서 언급한 경제원리에 따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학교를 내게 묻곤 한다.
하지만 싸고 좋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란 없다는 것 역시 경제원리만큼이나 명백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학교를 고집하는 학부모에게는 ‘학비가 가장 비싼 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라는 무식하고 냉혹한 결론과 함께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슬쩍 공을 학부모에게 넘기곤 한다.

오래전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남매를 유학시킨 기러기 가족이 있었다.
사전정보 없이 얼떨결에 입학시키고 보니 학교의 시설이나 현지인 위주의 교사진들이 맘에 안내키는 듯 아빠가 올 때마다 내게 전학문제를 물어오곤 했다.
사실 그 아빠의 기준에 따르자면 내가 추천할 선택은 자명했다.
즉 가장 비싼 학교로 전학시키라는 것 뿐 이었다.

결국 1년 만에 아이들을 전학시키고 나서 아빠가 내게 말했다.
‘3,000만원 들고 왔는데 전학시키고 나니 남은 게 하나도 없네요’
다행히 재력이 어느 정도 있는데다 미국계 국제학교에 잘 적응하여 모두 미국대학으로 진학하고 그 중 한 아이는 한국 신문에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결코 미국대학이 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학생들이 많고 시설이나 환경이 형편없다고 실력까지 낮춰보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어느 국제학교를 가든 한국학생들의 비중이 전체 1, 2위를 차지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또한 ‘공부는 자기하기 나름’이라면 짜증날 정도로 식상하고 무책임하게 들리겠지만 진리는 엄연히 진리이다.

5,6년 전쯤 부모 없이 이모네 집으로 온 중 2학년 학생이 있었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까닭에 종종 마주치곤 했는데 영어실력이 안 되다보니 자기보다 두, 세살 어린 6학년 반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게 안쓰러웠다.
넉넉치 않은 부모의 형편상 가장 학비가 싼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학원이나 과외도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녀석은 언제나 쾌활했고 한참 어린 우리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었다.
그리고 교회활동이든 축구시합이든 실력은 별로지만 진지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눈에 띄질 않길래 한국으로 돌아간 모양인가 했더니 들리는 소식으로는 공부하느라 모든 만남을 중지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심 ‘다소 늦은 나이에 그것도 혼자 와 있는 녀석이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졸업시험이 끝난 후 영국의 노팅험 대학 경영학 예비과정에 바로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노팅험 대학의 경영학 과정은 영국 10대 명문에 속한다)
얼마 후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키는 여전히 작았지만 4-5년 사이에 부쩍 성숙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튼 위에 든 사례가 지극히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국내처럼 사교육과 주입식 수업방식에 끌려가지 않는 해외가 국내보다는 개인의 의지와 주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학비싸고 좋은 학교’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돌듯 7년째 숨바꼭질 하고 있다.
‘공부는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철학적 논리와‘학비가 가장 비싼 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 라는 경제논리 사이에서.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