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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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팅이야기(1) “雲頂居士님들이 있었는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8-09 12:00
조회
358
말레이시아에 와서 겐팅하일랜드(Genting Highland)를 안들리고 가면 헛구경 했다는 얘기가 있다.
해발 1,800m고지에 우뚝 솟은 게 멀리서 보면 꼭 마귀성 같은 구조물들이 구름사이로 보였다가 가리워지곤 하는 곳이다. 낮에는 구름에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밤에는 하늘에 있는 등대불 같이 껌벅껌벅하면서 “어서 오거라, 빨리 오거라, 꼭 왔다 가거라”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1,400m까지 올라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도 되고, 차로 막바로 정상까지 올라 가기도 하는 곳이다. 차를 타고 가도 기압차이가 심해서 코를 막고 귀를 수시로 뚫어주어야 말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말레이시아 지명을 다 한자로 쓰는데 겐팅은 雲頂(구름위의 정상)이라고 부른다.

겐팅의 정상에 올라가기 전 1,400m지점에 Awana라는 골프장이 있다.
골프를 좀 치는 사람은 이 코스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오고, 필드와 그린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운딩을 하다 보면 구름이 발아래에 걸려 있어서
시원하기 그지 없고, 추울 때도 있다. 점수에 관계없이 라운딩을 끝내면 꼭 신선노름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는 곳이다.

골프를 막 배웠을 때 회사에서 출장 나오신 중역분이 격려 차원에서 우리를 처청한적이 있었다. 중역분은 골프무용담 말씀이 너무 많으셔서 매우 잘치는 분인줄 알았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간신히 24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들이야 연습한게 고작 3개월에 막 머리를 올린 정도였다. 중역께서 사용하는 골프채 하나와 우리 직원 세명이 골프채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돌았다. 중고볼 40개를 사가지고 올라갔는 데 9번째 홀에 가서는 공을 치지 않고 그냥 걸어서 나왔다. 볼을 다 잃어버려서 공이 없었기 때문이다.중고볼을 썻기 망정이지 새볼 샀으면 그린피보다 더 들 뻔했다

아참 골프장 얘기하려는 게 아닌데 옆길로 샜다.
어쨌든 정상에 올라가는 길목에 골프장이 있다는 얘기다.
올라갈 때는 그래도 안전한데 내려 올 때는 조심해야 한다 . 원래 내려가는 운전이 힘든 법이다. 올라갈 때는 돈 따겠다는 희망이 있지만, 돈을 다 잃고 내려올 때는 기분이 엉망이라 노래가락 처량하고 머리가 복잡해서 아차하는 순간에 낭떠러지로 굴러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겐팅에 다닐 때는 공산당이 잔존해서 가끔 민가에 내려와서 피해주던 시기이다. 말레이시아공산당이 89년인가 90년에 항복하고 전부 귀순했는데, 지네들이 춥고 배고픈데 무슨 인민을 위한 국가건설이 되겠는가? 정글에 있는 원숭이들과 같이 바나나 따먹으면서 놀기도 처량했을 것이다. 산 밑에 있는 민주국가에 사는 국민들은 얼굴에 기름이 반지르르하게 흐르는 데 비교가 되지 않았겠는가. 자식 나서 학교 보내고, 방한칸 짜리에서 몇 년 뒤에 집한 채 사고 벤츠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말레이지아 국방부는 주적이 산속에 있는 공산당이었다. 주변국가인 싱가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이 쳐들어 올 이유도 없고, 아세안연합으로 중국 베트남처럼 공산화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었으니,
겐팅정상에 올라가는 곳곳에 군 초소가 있기는 있었는 데 우리들은 공산게릴라 때문인줄은 몰랐다.
여기 와서 건설공사하는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이 말레이지아 정부군이 잘 막아주고 있었다.
오히려 가끔 민간 산적들이 워키토키를 들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돈 딴 차가 내려가면 경찰로 위장해서 돈을 갈취한 적이 있기는 했다. 그래서 절대로 돈 땃다고 자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강도들이 가끔 출몰하고 길이 험해서 올라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나타나니,
도로건설을 해서 편하고 안전하게 올라가서 돈을 잃어달라고 겐팅회사에서는 항상 돈을 쓴다.

겐팅의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카지노이다. 빙고에서 바카라 뺑뺑이 블랙잭 잭팍 롤렛 없는게 없다. 웬 아줌마들이 그렇게 많은지 곳 곳에서 “픽쳐, 픽쳐”하고 소리 쳐댄다. 딜러가 그림을 받아서 폭파되라는 주문이다.
쥬스도 담배도 공짜로 주었다. 줄담배 피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라는 뜻이다.

그 때 아마 18개 한국 건설업체 현장이 있었는데, 한 현장에 대충 100명의 한국직원과 기능공이 있었다. 공사가 아무리 바빠도 매일 한밤중에 돌관작업하는 게 아니고 마누라를 한국에 두고 왔으니 밤이면 외롭고, 또 심심해서 재미 삼아 올라 다녔다.

해외수당을 월급만큼 받고 있고, 현장수당이라고 직급별로 월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별도로 받던 시절이라 수중에 돈도 많았을 때이다. 그래도 수시로 경리한테 가불을 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출퇴근 시켜주면서 수당도 받는데 가불이라니, 이유는 간단하다. 겐팅에 출근하는 것이다. 개근은 못해도 격일로 상납하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아 가불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달라고 합니까”,
“과장님은 벌써 해외수당까지 다 썼습니다. 더 이상 안됩니다”,
“가불한 다음날은 눈이 빨개 가지고 출근하시는 데 어디 갔다 오신 겁니까,

“산에 올라 다니는 거사(居士)님들 때문에 회사에 현금이 부족합니다”
“하산하실 때는 처사(처절한 거사)님 되는 것 모르십니까”
각 현장 소장들이 雲頂居士들에게는 일체 가불을 해주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어느 거사님 왈
“겐팅에 공사 따면, 技士인지 居士인지 구별이 안될 텐데 말야”
“대체 어느 놈이 주인이야, 겐팅 그룹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