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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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길을 찾는 그대에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2-14 12:00
조회
1138
사무실을 옮겼다. 단독사무실을 운영할 이유도 형편도 아니라 그간 공동으로 사무실을 사용해 왔는데 한결같이 사업이 신통찮다 보니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벌써 4번째 이삿짐을 싸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른바 소호(SOHO) 비지니스 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비록 쪽방 같은 1인용 공간이지만 깨끗한 회의실을 자유로이 쓸 수 있는데다 커피도 무한으로 제공되고 복사기나 팩스로 사용할 수 있으니 혼자로서는 그만이다.

다만 문제는 정보화 홍수시대에 그나마 믿을거라곤 스펙밖에 없는 마당에 마치 감방 같은 집단사무실이 어떻게 비쳐질까 하는 점이다. 언젠가 친한파 문화비평가인 소르망도 한국인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호모 어패런투스(Homo Apparentus:겉모습 지향적인간)’라고 얘기했듯이 사무실의 위치와 넓이 그리고 인테리어에 따라 고객들의 표정이 민망하리만치 달라지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웬만한 상담은 전화나 메신저로 하도록 하지만 굳이 얼굴을 보겠다는데는 어쩔수 없다.

또 하나 대로변 이면에 들어앉은 사무실의 위치를 가르쳐주는 것도 걱정이다. 인근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에게는 피차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지하철역 주변의 유명빌딩이 아니거나 같은 건물에 금융기관 같은 간판이 없으면 애를 먹는다. 전에 있던 역삼동 사무실도 대로변에 빌딩자체도 컸음에도 7호선과 2호선 선릉역의 정확히 중간에 있어 위치를 설명할 때마다 신경전을 치러야 했다.

내 입장에서야 ‘선릉역 7번 출구를 나와 그대로 6-7분 직진하여 큰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세 번째 빌딩’이라고만 설명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두어개의 작은 갈림길을 만나면 머릿속이 헝클어 지는가 보다.

‘큰 사거리란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6-7분은 또 얼마만큼의 거리란 말인가’

그리고는 혹시 지나치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미리 길을 꺾어버리곤 하는데 그때부터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그나마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도보로 오는 경우는 한결 낫다.
자동차를 가지고 오는 경우에는 초 긴장상태가 된다.
자동차로는 길 건너 빌딩이라도 신호가 없으면 유턴을 해야하거나 자칫 먼 길을 돌아야 할 수도 있다.
거기다 차량흐름이 있다 보니 운전자들로서는 신경이 보통 날카롭지가 않다.

물론 내비게이션을 장착하여 쉽게 빌딩을 찾는다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즉, 아무리 좋은 내비도 빌딩의 주차장 입구까지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형 빌딩이 그렇듯이 주차장 입구는 건물 뒤편의 이면도로에 있기 마련이라 퍼즐 같은 입구를 찾아 뱅글뱅글 돌다가 한참만에 차를 대고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십중팔구 짜증이 역력하다.
그럴때면 피차 썰렁해지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개그를 흉내내기도 한다.

‘와보니까 참 쉽죠~잉’

그리고는 교육문제나 진로문제를 사무실 찾는 과정에 비유하며 부드럽게 얘기를 풀어간다.
사실 길을 잃으면 무엇보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가르쳐 주는자와 좌표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처럼 진로문제 역시 피치 현재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시청 앞에 있다고 하면 각자의 입장에 따라 플라자 호텔이나 덕수궁이 될 수도 있고 프레지던트 호텔이 될 수도 있다. 또 플라자 호텔에서 왼쪽으로 가라하면 정면을 바라보고 왼쪽인지 등을 지고 왼쪽인지 일치시켜야 한다.

엇갈린 좌표상에 아무리 설명을 해봐야 길은 점점 어긋나기 마련이다.
이는 아무리 명사수라도 조준선 정열이 안 되면 총알이 빗나가는 이치와 같다.

유학이 꼭 그렇다.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유학, 그것도 말레이시아 유학에 대해 한방에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해 주기란 정말 어렵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대학이 제공하는 영국, 호주의 대학제도나 파운데이션이니 트위닝 프로그램들은 또 어떤가.
비유하자면 획일적인 국내교육제도와 미국에 대한 환상과 지식으로 무장된 사람의 갑옷을 벗기는 일과 같다.

당연히 차라리 백지장처럼 모르는 사람보다 섣부른 지식과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훨씬 어렵다.
또 그 갑옷이 두꺼울수록 대부분 더 짜증을 부리고 그 짜증의 강도가 나이와 비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점에서 종종 나이가 들수록 인자해지거나 너그러워 진다는 얘기는 새빨간 거짓말 같다.
설사 어느 정도 사실이라 해도 그건 자기 피붙이 즉 내 새끼나 내 편에만 한정된 얘기일 것이다.
오히려 자신만의 울타리를 높게 쌓아 스스로 단절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나이가 들면 보수가 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어찌보면 모든 인간관계 모두가 길 찾기에 다름 아닌 것 같다.
사랑과 결혼,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자식문제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좌표상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가르쳐 주는 입장과 찾는 입장이 천지차이고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거나 혹은 가까와 지는 것도 그렇고.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여,
혹, 길을 잃고 해매고 있다면 자신의 위치부터 정확히 찾아내라.
그래야 헬기를 띄우든 구조대를 부를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 지루한 글에 짜증이 났다면 용서하시라.
글이라고 하는 것 역시 쓰는 자와 읽는 자의 좌표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결코 길을 찾는 그대가 짜증 낼 일이 아닙니다.
마음을 열고 서로 좌표만 일치시킨다면 곧 길이 보일겁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