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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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민망하고 민망합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4-02 12:00
조회
926
타인의 죽음을 화제로 올리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할 일이지만 며칠째 오리무중인 해군함정의 침몰과 구조활동상황 그리고 연일 이어지는 또 다른 안타까운 사고들에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심정에 몇 마디 남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칼럼에서 ‘내가 해외여행을 하면 꼭 대형사고가 생긴다’는 징크스를 얘기했던 게 입방정이 됐는지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인천행 비행기를 타려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하던 그 시각에 천안함은 차디찬 바다속으로 가라앉고 있던 셈입니다.

육지에서 빤히 보이는 코앞에서 그것도 최첨단 통신강국이 그렇게 침몰하는 배를 허무하게 바라만 보고만 있었을까.
폭발이라면 50여명이 넘는 인원이 단시간에 구출된 이후로는 왜 단 한명의 구출자나 시체 그리고 부유물 조차 발견되지 않는지 모를일입니다.
그리고 먼저 출동한 해군대신 해경이 구조하고 어선이 선체를 찾아낸 사실 역시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의심을 하려니 끝이 없습니다.
이에 화가 난 가족들이 군부대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리고 어린 병사들이 총을들고 그들을 저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란 착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거기다 상황을 브리핑하는 군 고위 관계자들의 주눅든 목소리도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위원회가 열렸다고 하는데 참석자들 거의 대다수가 군 면제자라는 얘기가 인터넷에 떠돕니다.
군 면제가 건강상이든 가정환경이든 정당한 사유라면 치사하게 남의 약점을 가지고 딴지걸지 말라는 게 제 생각이지만 참석자들의 군 복무상황을 보니 어쩔 수 없이 가슴 한구석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출장간 공무원을 태운 승합차가 해변에서 바위를 들이받아 8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한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젊은 공무원 엄마들도 여럿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사고가 단 한명의 중상자도 없이 전원사망이란 말입니까.
출장 중에 일어난 일로 순직으로 알았는데 이번에는 그들을 모신 지방공무원 운전자가 만취상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정말 난감합니다.
그렇다면 유족들은 어떻게 되고 그들의 고귀한 순직은 또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심정적으로는 그냥 음주사실만큼은 덮어버려야 하지 않았나 하는 참담한 생각마저 듭니다.
TV에 비친 장례식장의 철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그리고 연이어 이번에는 최진실씨 동생의충격적인 자살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남의 가정사야 쉽게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매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이유가 대체 뭔지 그리고 남은 어머니와 자식은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안타까움을 넘어 은근히 화가 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신문과 방송은 한 가정의 참담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최진실 사단이 빈소에서 의리를 지켰다’느니 ‘누가 조문을 왔느니’ 하면서 알권리를 내세워 철부지 처럼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이나 국가의 품격이란 1인칭(나와 내가족)과 2인칭의 범위를 벗어난 3인칭(타인, 국가)과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중 모든 생명체가 피 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그 바로미터입니다.
요 며칠 연이어 발생한 참담한 사건을 보며 당사자와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또다시 얼치기 전문가들의 조롱과 편가름으로 신뢰는 물론 국방의 권위까지 함께 침몰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민망스럽기만 합니다.

실종자의 생환을 빌며 아울러 모든 죽음 앞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