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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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신년도 서민경제대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12-27 12:00
조회
926
아침일찍 현관 앞의 신문을 주워드니 묵직하다.
중간에 끼워있는 전단지가 한 뭉텡이로 떨어져서 보니 한결같이 학원광고다.
오늘이 신문에 교육섹션이 있는 날이라는 점과 아이들 방학이 가까와 온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한장씩 들춰가며 문구를 살펴보니 학원가의 경쟁이 가히 죽기살기라는 표현이 딱일듯 갖은 협박과 회유로 유혹하고 있다.

학습방법이 다르면 기적이 이루어 진다
국제고 12명, 외고 31명, 자사고 12명 합격자 배출
명문고 대비 예비초등5-중3 방학대모집

운반책이 된 메이저 신문 역시 사교육 문제에 대한 기사와 우려를 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육섹션을 통하여 정체모를 사설교육업체에 소속된 젊은 전문가님들의 특목고나 명문대입시 그리고 유학에 관해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일찌감치 학원교육에 대해서는 인연을 끊기로 한 나지만 한 신문내에서 어르고 달래고, 뽀뽀하다 뺨때리고 혼을 쏙 빼 놓다보니 은근히 불안감이 밀려온다.

내년이면 큰 애가 중 3이 되는데 내가 너무 안이한게 아닌가
지방도 이정도인데 서울의 그것도 강남애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겨울방학 때만이라도 학원에 보내야 하는게 아닌가

학원비를 살펴보니 방학특강 1개월 수강료가 50만원 안 팎이다.
한국인의 교육열에 비춰보면 이정도 금액은 충분히 유혹에 넘어가 줄 만한 금액이겠지만 연간으로 보면 600만원에 이르고 아이가 둘이면 1,200만원이라는 얘기다.
가구당 평균소득 월 200만원 안팎의 서민들로서는 도둑질이 아니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금액이다.
거기에 학교는 그만둘 수없으니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말이다.

사실 일천한 경험이지만 내가 국내에 돌아와 보니 한국생활이 힘겨운 이유 세가지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바로 사교육비, 경조사비 그리고 술값에 대한 지나친 소비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차례 다른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내게 만일 무자비한 독재권력을 준다면 서민경제는 물론 국민건강을 휘하여 위하여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싶다.

첫째, 교육부를 해체하고 위원회 중심의 합의체를 구성한다. 또한 사교육이나 공교육 모두 검정고시와 같은 주관식 위주의 졸업자격시험의 형태를 유지하고 교육시장을 개방한다.
둘째, 지금까지 덜주거나 더 받은 경조사비의 채무나 채권은 불문에 부치고 차후 신성스러운 경조사장에 현금 거래를 일체 금지한다.
세째, 음주는 1차까지만 허용하고 2차 이상을 원하면 사전 관할기관의 허가를 받고 허가된 주량만큼 마시게 한다.

물론 실현 불가능한 소리이긴 하겠지만 그 배경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 않은가.
특히 교육부를 해체하라는 소리에 대해서는 자칫 국가 존립을 부정하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육을 개혁하자는 얘기는 누구나 공감하고 그 유일한 방법은 민간시장에 넘길 것은 모두 넘기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그간 정권이 바뀔때마다 수 많은 교육정책을 쏟아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교육은 무력회 되고 교육관료들의 철밥통은 단단해지는 사이 사교육업체는 끝 없이 진화하여 이젠 쉽사리 손도 댈수 없는 경제주체가 됐지 않은가.
오늘 역시 신문을 들춰보니 5년의 시한부 이명박 정권과 눈치만 보고있는 교육관료들 그리고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학원들의 광고가 어지럽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3자 간의 승패를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을 것 같다.

경조사비에 대해서는 시비를 거는 자체가 불경스럽고 100전 100패를 각오해야 하는 주제다. 그리고 경조사비에 대해서는 액수의 적고 많음도 그렇지만 그 이면에 깔린 문화나 전통의 차원에서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얼마전 가수 조영남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윤형주,송창식,김세환씨등이 초돼된 적이 있었다.
내 70년대 학창시절에 방송을 주름잡던 네 사람의 40년 우정과 대화는 정겹고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조영남씨가 장남삼아 이런 얘기를 했다.
"창식이는 우리 어머니 돌아가셨을때 오지 않았어"
물론 친한친구 사이라 농담삼아 한 얘기였겠지만 나름대로 사정을 설명하는송창식씨의 당황함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천하의 자유인이라는 조영남도 경조사에 대해서 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우리의 경조사 문화가 아름다운 전통을 넘어 족쇄처럼 느껴졌다.

술에 대해서는 나 역시 애주가로 할 말이 없는 주제며 어쩌면 우리 문화의 상징이다.
얼마전 여자 초등학생을 성폭행하여 사회적 큰 충격을 남긴 조두순사건 역시 술김에 저질렀다고 변명을 하고 이에 대해 법원도 형량을 줄여 줄 만큼 우리의 술 문화는 관대하다.
그러나 누구도 공감하겠지만 1차 이후의 2차, 3차 술자리는 대개 1차는 네가 샀으니 이번에는 2차는 내가 산다는 계산적인 형평심리에 의한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결국 술이 술을 아시는 형국이 되어 엄청난 경제적 타격과 각종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가.
모르긴 몰라도 살인사고나 폭력사고의 절대다수는 반드시 술이 개입되어 있고 그것도 대부분 만취상태로 봐도 틀림 없을 것이다.

아무튼 씁쓸하게 신문갈피에서 학원전단지를 털어내고 보니 이번에는 국회몸싸움 사진이 눈에 뜨인다.
내침 김에 국회역시 해산시키고 인터넷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제로 가는 방안도 연구해 봄직 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수 많은 세계석학들과 미국 외교 전문지 Foreign Policy도 향후 30년 안에 공공부문과 정당이 사라질 것 이라는예측을 한 적도 있다.

문득 학원이라고는 기타학원에만 다니는 아들놈들에게 이번에는 더 늦기전에 유도를 가르쳐야 겠다는 절박함이 깃든다.
국회의사당이든 골목이든 몸 싸움에는 그만한 게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니까.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