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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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컨설팅을 하면서 나눠드리고 싶은 글들 입니다.

운동장 한 가운데를 서성이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2-10-02 12:00
조회
788

지난번 한국에 가서 재외동포재단을 방문했다. 해외에 있는 한인학교를 지원하던 정부부서가 교육부에서 이 재단으로 바뀌었다고 해서이다.
교육지원 담당자에게 “해외 한인학교 중에 학생수가 400명이 넘으면서 아직도 주말학교로 남아 있는 나라가 있느냐”고 물으니 말레이시아 한인학교라고 한다. 그래서 “제가 교장입니다.99년에 교육부를 통해 학교를 지어달라고 건의 드린 적 있었는데 알고 계십니까”라고 다시 물으니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결국 건립기금의 반을 재단에서 지원해주고 나머지 반은 자체 모금으로 짓는 방법이 있다고 하여 지원신청서를 다시 내기로 하고 돌아왔다.

우리 학생들의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나가달라는 싫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리 어른들의 무력함을 절감하고 있다. 인근 동남아국가에는 교민들이 협심합력하여 한인학교를 세워 우리 2세들에게 떳떳하게 공부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학교에 한국지도 한 장 걸어놓지도 못하면서 국가관이 어떻고 애국애족이 어떻고 가르치는 우리 교사들은 민망할 뿐이다.

매주 학교에 나가면 나도 모르게 운동장에서 서성이게 된다. 교장이라고 마땅하게 앉아 있을 곳도 없어서 그렇지만, 운동장에 서 있으면 쿠알라룸프르 암팡지역에 이만한 학교도 없는데 이 학교가 우리 한인학교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념에 빠진다. 몇 십년 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고, 거기에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서 학생들의 관심거리가 되기도 한다.
교민들이 집중 거주하는 암팡타운과 거리도 멀지 않아서 좋다.
운동장에 있으면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오고 가는 학생들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자격증이 있고 교사경험이 있는 우리 교사들은 토요학교 선생이라는 편견때문에 학부모에게 오해를 사기도 한다. “토요학교인데 적당히 봉사나 하세요 말이나 배우면 됐지 벌주고 혼내지 마세요”, “우리 애는 외국으로 공부하러 갈 텐데,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지 마세요” 하는 부모도 있고, “배울게 없어요”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사실 토요일 하루에 일주일치를 다 가르쳐야 하는 우리 교사들의 노력과 고충은 더 심하다. 열정과 정성은 봉사라는 너울에 묻혀 있다.

한마당 14호를 엮으면서 유치부 초등학교 저학년의 글 솜씨를 보면 대견하지만, 5학년이상의 학생들의 글을 보면 착잡하다. 철자가 틀린 것도 있고, 표현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주중에 다니는 학교에서 영어로는 표현을 잘하고 말도 잘하겠지만, 영어만큼 한국말도 잘 쓰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영어를 잘 구사해도 한국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것임은 당연한 일인데.
이 운동장에서 찍은 “한마당”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 운동장이 우리 것이 되어야만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교육과 배움을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당 14호 기고문)